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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아피디 Mar 10. 2021

달인

짧게 치고 빠지는 스마트 소설 4


 기태는 오늘도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했다. 요즘 아내와 아이들은 물건들을 중고나라에 팔면서 쏠쏠하게 용돈벌이를 한다며 기분이 좋아 보인다. 늘 중고나라에 팔 물건들이 집안 한쪽 켠에 쌓여있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다 새 걸로 다시 사줄게. 미안해. 여보 얘들아' 기태는 기죽지 않게 짐짓 씩씩하게 말했다.


기택은 택배 배달일을 한다. 1년 전 하던 사업이 부도났다.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고 직장도 없이 술만 퍼 마시기를 6개월.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 택배 배달을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자존심 상한 마음 억누르고 선천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빠르게 되찾아 가고 있었다. 몸만 쓰면 되니까 차라리 마음은 편했다.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 보면 무아지경에 빠지고 자신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말고 할 기력도 짬도 없이 잠에 들곤 했다.


생활의 달인을 자주 봤던 기태는 달인이라는 것이 어떤 경지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생활이라는 단어에 더 중점을 두고 가난한 사람들의 처절한 노력이라 여겼는데 막상 배달일은 해보니 달인이라는 단어에 더 의미를 두게 되었다. ‘아 그 모든 달인들이 삶의 철학을 통달한 사람들이었구나.’


미더덕을 까며 아이들 대학까지 보낸 부부. 꽈배기를 튀겨서 부자가 된 아줌마 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경지가 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 사업을 할 때보다 뭔가 삶이 진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것이 마음의 보호 작용인 것인가? 자책하지 않기 위해 뇌가 정신 승리를 하게 해주는 것은 아닌가?라고 살짝 의심을 해 보았다.


 ‘아니다. 나는 정말 마음이 튼튼해진 것이 맞다. 나는 잘해 낼 수 있다. 이제 40 살이니 아직 젊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전에도 맨땅에 헤딩하며 사업을 시작했으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 아내와 아이들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 같다. 심지어는 예전보다 가족들이 끈끈하게 가까워진 기분이다. 매일 소박하게 저녁을 먹고 TV를 보면서 같이 있는 시간이 전보다 많아졌다. 이러면 된다. 이러다 보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올 것이고 우리 가족은 다시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기태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신나게 택배 배달을 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띠리리 릴리’ 예전 거래처 김 사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네 김 사장님. 네 저야 뭐 그럭저럭 잘 지내죠. 네. 네? 아유 정말입니까? 저야 감사하죠. 내일부터요? 그럼요 저는 가능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네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십 년 동안 거래하던 제법 큰 회사의 전무가 암이 걸려 퇴사를 했단다. 평소 기태를 좋게 보았던 김 사장이 기태를 전무 자리로 부른 것이다. 기태는 믿기지가 않았다. ‘그 봐 이렇게 좋게 생각하고 지내니까 반드시 기회가 오잖아. 나는 정말 성실하게 살아왔어. 그 결실이 이제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아 역시 하늘은 나를 배신한 게 아니야.’ 기태는 집에 전화하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지와 치킨을 잔뜩 사들고 퇴근을 했다.


 “여보. 얘들아.”아무 대답이 없을뿐더러 집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안방에 아내의 옷들이 없어졌고 아이들 방에도 책이랑 물건들이 없었다. 집에는 붙박이장들과 식탁 그리고 소파만이 남아있었다. 모두가 사라졌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없는 번호라고 한다. 아이들 전화도 마찬가지였다. 기태는 들고 온 음식들을 바닥에 놓고 소파에 앉아 멍하니 베란다를 쳐다본다.


그러고 보니 부도가 나자마자 술에 취했을 때마다 아내와 아이들을 좀 때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침에 깨면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다들 괜찮다고 했다. 택배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술도 끊었고 손찌검도 하지 않았다. 문득 궁금해진다. 생활의 달인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어떤 생활의 철학을 가져야만 달인이 될 수 있는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싶다.



PS 어렵겠지만 신랄한 비평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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