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과식했다

설렐 때마다 쓰는 글

by 박지아피디


어린 왕자 첫 페이지에 나오는 그림

모자인 줄 알았는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란다

코끼리를 다 소화시키려면 얼마나 걸릴까


나는 나를 과식했다

나는 내가 도통 소화가 안된다


열정 꿈 희망 과거 현재 미래 후회 다짐

맛있으면 맛있는 대로

맛없으면 몸에 좋다 허전하다는 이유로

닥치는 대로 다 집어삼켰다


도통 소화가 안되던 차에

글을 쓰게 됐다


소화 덜된 지난 시간들을 하나하나 씹는다

타오르다 꺼진 꿈을 글로 마저 태워준다


끄으윽


소화가 되기 시작한다

피가 통하고 침침했던 눈이 선명하다


글쓰기는 특효 소화제다

글을 쓰며 나를 자근자근 씹는다 음미한다


이제 체할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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