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그때 미안했어요
시집인듯 시집아닌 시집같은 너
아빠
돌아가신 지 벌써 3년이 됐네요
지금 겨울이 한창이에요
아빠
장례식에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울지 않아서 미안해요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어요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오늘 정말 많이 추워요
근데 하늘은 맑고 햇살도 눈부셔요
흐린 날도 아닌데 눈가루들이 흩날려요
반짝거리기까지 해요
이상해요 아빠
그 엉뚱한 눈가루 때문에
눈물이 나요
오늘 처음 아빠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요
아빠 그땐 정말 미안했어요
어릴 때 선생님이 가족사진 그려오라 그랬잖아요
기억나요 내가 그린 아빠 얼굴
얼굴에 막 까만 점을 찍어놨잖아요
아빠가 이게 뭐냐고 물었는데
곰보자국이라고 내가 그랬잖아요
그때는 아빠도 웃고 엄마도 웃고 덩달아 나도
따라 웃었잖아요
오늘 왜 그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왜 자꾸 모가지가 꾸역꾸역 아프도록
그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아빠 그때 까만 점 많이 찍어서 미안해요
한두 개도 아니고 너무 많이 찍어서 미안해요
잘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 우리 아빠
얼굴도 그냥 하얗게 그려줄걸
그때 까만 점을 너무 많이 찍어서 미안해요
그때 아빠 속상했을 거란 생각이 왜 지금 드는지
아빠 그때 미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