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아피디 Jan 04. 2021

선생님 이 환자분 의식이 돌아오고 있어요

설렐 때마다 쓰는 글


가끔 몇 달씩 시체놀이를 할 때가 있다

대부분 자발적으로 시행했지만

지난 3개월은 강제적으로 시행당했다


강제적이었지만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시체놀이다

시체놀이가 두 달쯤 되어갈 무렵

브런치를 만나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만 쓰는 시체놀이로 진화했다


좋아요 따꼼 구독 찌릿 돌파 부르르

종류별 전기침들이 나를 자꾸 찔러댄다

깨알 같은 전기자극들이 먼저 내 뇌를 깨어나게 한다


뇌가 찌그럭 뻐그럭 돌아가기 시작하니

슬슬 몸이 움직여지려 한다 삐삐 삐삐

손가락 꼼지락 발가락 꼼지락

소파와 합체된 몸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써본다

킬빌의 여주인공처럼 몸의 의식이 돌아오고 있다


기획십략 섭외십략 연출십략 정리하다 보니

몸이 근질근질 댄다 일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래 니들이 못주겠다면 내가 나서서 찾아먹겠다


오늘부터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어슬렁거려보기로 한다

너네 이제 다 죽었어

나 박지아야 봄이 오면 내 얼굴 많이 보게 될 거야

딱 기다려


구독자 여러분들이 죽기 직전의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생명의 은인님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은 내가 쓸게 책은 누가 낼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