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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수 Dec 03. 2015

#006. 이다슬의 '여자 나이 23살'



지수야 나 내년에 몰타로 유학 가려고. 


"응..? 유학...?

언니 지금 대학교 4학년이잖아... 한창 바쁠 때 아니야..? 

게다가 내가 모르는 나란데... 갈 거면 다들 유학 가는 나라로 가지!  거기 가서 뭐 하려고..?"


하.. 그래 맞아.

내가 유학 간다고 하면 다들 이런 이야기하더라.

이제 한창 졸업반에 취업이니,  자기소개 서니 해야 할 일도 산더미인 지금 상태에서

다들 잘 알지도 못하는 몰타로 유학이라니....



여자 나이 23살


23살이 어떤 나이라고 생각해?

나는 여자에게 23살은 굉장히 불안한 나이라고 생각해.

겉보기에 23살이라면 가장 예쁘고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가 항상 듣는 말은 

‘이제 곧 취직해야지. 곧 졸업이네. 어디로 취직하고 싶어?’ 이런 이야기들 이거든.

하루 종일 이런 이야기에 치여서 맥이 빠진 상태로 집에 들어가면, 식탁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

"아빠 친구 딸 oo이 알지? 걔 이번에 oo 회사에 취직했다고 하더라"

대학교 4학년, 23살은 빛나는 20대라고 한 번에 칭하기에는 너무 힘든 나이라고 생각해.





나에게서 벗어나기 



나는 어릴 때부터 남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같아. 

항상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지금은 한복 입고 유럽여행 가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 근데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한복 입고 유럽여행을 가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

음..  내가 대학에 다니면서 손에 꼽을 수 있는 몇 가지 경험이 있는데  그중 내가 큰 배움을 얻은 경험이 있었어. 그  이야기를해줄게.

2년  전쯤에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갈 기회가 있었어. 나도 중어중문 학과를 다니고 있으니 경험도 하고 중국어도 배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중국으로 떠나기로 했지. 내가 간 학교는 한국에 있는 대학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에 있어서 외국인들도 정말 많았고, 뭐랄까.. 한국보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았던 것 같아. 

나는 원래 중국에 가기 전에부터 사람들이랑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거든. 중국에 가서도 새로 사귄 친구들이랑 평소에 기숙사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이렇게 많이 놀았었어. 

그런데 어느 날에 같은 기숙사에 사는 중국인 친구가 학교에서 노래자랑을 한다고 나가보라고  이야기를해주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

 '어차피 우리를 아는 사람도 없고, 실수를 하더라도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겠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해볼 수 없을 거야' 

그래서 작은 용기를 내서 예선을 보러 갔지.  


그때 까지는 정말 몰랐어. 알고 보니 그게 중국에서 정말 큰 축제인 '대학 가요제'같은 거더라고... 제대로 된 준비로 없이 덜컥 합격해 버린 예선에 우리는 팀을 꾸려 한 달 내내 안무를 정하고 연습을 하는 시간들을 통해 결국 본선에서 상을 받을 수 있었어.



내가 한국에서 대학가요제에 나간다는 건 아마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야. 그럴 용기도  없을뿐더러, 즐기기 보단 다른 사람의 평가에 어느 순간 지쳐버릴 것만 같아. 

내가 중국에서 대학가요제에 나가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

남들보다 춤을 특별하게 잘 추지도,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에 조금의 용기를 더했더니 이런 행운이 찾아왔어.

그날 나는 알았어,

내가 나를 갇아두었던 그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한번 더, 단단해지기

우리 아까 처음에 했던 이야기 다시 해보자.

23살에 졸업을 앞두고 뜬금없이 ‘나 유학가’라고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대답 말이야.

"너가 지금 유학 가서 경험할 때야? 너 친구들은 다들 자기 해야 할 일 열심히 하는데 지금 와서 유학이라니" 

뭐 이런 말들-.

그 사람들의 생각이 틀리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야. 사실 최소한 내가 살아가는 그 세상에서는 그렇게 대답하는 게 맞다고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나는 중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알아버렸어. 내가 이 세상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버린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다고 나 자신을 믿어준다면 다른 사람도 내 진가를 알아준다는 것.

미운 오리 새끼를 인정해 주는 세상이 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들 자신이 먼저 알아야 해. 

자기가 얼마나 빛나고 예쁜 존재인지.




엽서형 일간 캘린더, [오늘도 두근거림]의 6번째 이야기, 이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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