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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수 Apr 10. 2016

#022. 배준호의 소울, 보충역 소울

보컬 기부단체 보충역 소울의 대표 배준호, 음악으로 책을 기부하기까지


노래로 책을 기부한다고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요?

당장 나 자신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세상에서, 나보다 어려워 보이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돈으로, 학력으로 줄 세우는 데에 익숙해진 이 사회에서, 내가 손 내밀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이 답을 찾기 위해 한참을 돌아온 것 같아요.

그리고 마침내 제가 찾은 답은, 남들에게 비치는 겉모습이 아니었던 거죠.

나로 인해 바뀌기를 바란다면, 지금 당장 내가 뭘 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한참을 돌아서


안녕하세요. 노래로 책을 기부하는 보컬 기부단체 '보충역 소울' 대표 배준호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소개한 그대로, 제가 가지고 있는 노래하는 재능을 책 기부를 통해 사회로 환원하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해내기 위해 한참이나 먼 길을 돌아왔어요. 뿌연 먼지가 낀 듯한 길을 계속해서 걸어오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기도 했었죠.


저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모범적인 형 아래에서 영재교육원, 영어 말하기 대회 등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자라 왔죠. 제 꿈은 당연히 외교관, 발명가 등 명예로운 직업들이었어요.

그렇게 학교를 다니는데 제 자신의 문제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키가 작고, 뚱뚱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호기심 많고 유별난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 유별난 점은, 그 또래의 친구들에게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치부되기 시작했어요. 함께 놀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었고, 심하게는 빵셔틀, 샌드백까지 당하는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렸죠.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을까요?

왕따를 당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놓친 것은 성적뿐이었어요. 절망적인 시기였지만, 제가 제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곧 제 자신이 사라져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부터 학업 외에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려고 다양한 일을 저지르고 다녔어요. 원래 좋아했던 판타지 소설을 시작으로 독서토론 동아리에 가입하고, 보컬학원에 다니며 노래 실력을 키우기도 했어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축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제 인생을 크게 바꾸어 놓았어요. 축구 순위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와 경기를 할 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도 지겠지'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너무도 대단해 보였죠. 그리고 이런 꿈이 생겼어요. 축구 선수가 되어서 어려운 시기를 겪는 친구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줘야겠다.

그런데 이 또한 머리로 생각하는 과정과는 달랐죠. 단순히 머리로 그렸던 '최선'과 실제로 살로 부딪히며 느끼는 '최선'의 크기는 달랐어요. 축구선수라는 직업은 열일곱 살에 마음을 먹어서 되는 직업이 아니더라고요.



다시 한번, 나에게 묻기


축구선수를 하지 못하더라도 지도자가 되고 싶어 축구학과에 입학하였지만, 그 또한 선수 출신이 아닌데다 저와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느꼈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축구 의학이었어요. 자주 다치면서 느낀 스트레스를 떠올리며,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을 케어하는 일에 관심을 가졌던 거죠. 그렇게 선택한 의학공부를 하는 동안은 정말 제 인생에서 무언가에 가장 열중했던 시간이라 기억돼요. 하지만 그 또한 얼마 가지 못해 저를 돌아보게 만들었죠.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된 제 자신에게 이어진 질문을 통해 사회복지학 복수전공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되었죠.


저는 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어요.

'처음의 각오를 잊지 않았는가?'

'나는 이 일을 정말 즐기고 있는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또 다른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사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요. 선택을 뒤집었다는 것 자체에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한다는 생각,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편안해지지 않기 위해,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 저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고 축구를 배우면서 지역에 위치한 복지관 등에서 저 소독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능봉사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알아주는 유명한 축구선수의 모습이 아니어도, 지금 제가 가진 것을 나누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 거죠.


제가 지금 하는 일은 사회복무요원을 하며 보컬 기부 단체 '보충역 소울'을 운영하는 일입니다.

보충역이란 현역 군복무가 불가한 장병들이 사회기관의 인력을 보충한다는 의미로, 부족한 보컬 문화를 보충하고자 하는 의미로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좋아하는 '노래'를 사회에 환원하는 가치를 더한 단체로 2명에서 시작한 이 모임이 점점 많은 보충역들과 함께하게 되었어요.

현재까지 목표했던 바 이상인 1100권을 기부하게 되었고요.




한편의 영화처럼 살아가기


저는 제 자신을 '필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편의 재미있는 영화처럼, 이야기 거리가 많은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죠.

제가 사람들에게 '도전이라는 것, 한번쯤은 해볼 만 해'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현재 상황을 탓해요. 본인의 능력, 몸 담고 있는 사회, 온갖 어려운 이유를 다 만들어서 이야기하죠.


저는 이런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싶어요.

어떤 이유던 어떤 환경이던 자기 자신을 가장 아낄 수 있는 사람은 본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에 굴하지 않고, 항상 발전적인 자세로 살면, 없던 행복도 찾아올 거예요.

더 이상 핑계는 집어치우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두근거림을 이야기하다, [상쾌지수 100퍼센트]의 22째 이야기, 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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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지수 100퍼센트]는

365명의 가슴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0.1도씩 담아낸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36.5도의 인터뷰입니다.

여러분의 꿈, 희망, 삶의 목표, 힘들었던 순간

그 어떤 이야기든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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