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지수 Nov 27. 2015

#002. 김은비의,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첫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또 다른 작은 거인의 이야기



하얀 눈이 펑펑 내렸다

                                                               



겨울이 찾아왔다. 

처음 새싹이 고개를 내밀던 그날, 낯선 바람조차 따뜻하게 느껴지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꽃이 그 색과 향기를 내뿜으며 찬란함을 자랑하더니

항상 내 곁에 같은 색으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만 같던

초록잎들까지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차가운 공기에 모두가 고개 숙이던 오늘은 

텅 비어버린 공기와 헐벗은 나무들을 위로하려는 듯이

하늘에서 하얀 함박눈을 내려주었다.


찬 공기의 한 켠에서 느껴지는 콧잔등의 시큰함과 

함박눈의 포근함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던 우리는 

눈이 내리는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카페 2층 자리에 자리 잡고

달콤한 음료수를 쪽 빨아 마신 뒤, 

여느 대학생들처럼 진로에 대한 (우리에게는 나름) 아주 중요한 고충을 쓰디쓴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11월 26일 첫눈이 내리던 날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걸까?


오늘 내 친구 A가 학교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하더라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나도 한숨이 푹 쉬어지더라.

우리에게도 해당된 일이잖아. 나도 이제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생각해봐야지..


휴, 공무원이니 선생님이니 뭐 그런 거 있잖아. 

'안정적인 미래'에 해당되는 거 그런 것들 말야-

어른들은 입 모아 말하더라. 다른 건 다 상관없으니 오랫동안 돈  벌 수 있는 게 최고라고 말야.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는 채로, 뭘 하는 건지도 모르고

일단 남들보다 빨리 달리는 게 맞는 걸까...?



우리는 계속해서 음료수의 달콤함과, 미래에 대한 한숨의 씁쓸함을 번갈아가며 입속에 담았다.



나는 항상 이런 고민을 해.

우리가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점수를 받는 

이 모든 것들의 목표가 '안정적인 삶'으로 수렴하는 거에 대해서 말이야.

대부분의 안정적인 일이란 건, 누군가가 시켜주는 일을 하면서 

세상이 유지되도록 만드는 일들이잖아.


근데 나는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거든. 조금은 틀리고 서투르더라도 뭔가를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어.

에휴.... 어린 시절의 나는, 정말 꿈이 많은 사람이였거든. 해보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일들로 늘 자신이 넘쳤는데, 지금 거울에 비치는 나는 옆사람 발자국만 따라 밟아 나가는 것 같아 너무 아쉬워. 

가끔은 나도 모르게 어떤 늪에 빠져버린 것 같기도 해. 나는 진짜 나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미친 듯이 발버둥 치는데,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진흙이 묻고 더 깊게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아. 결국은 나는 똑같은 진흙이 되어버리는 거지.  






조금 더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연기가 필요해


"야, 은비야. 나는 네가 이런  고민하는 줄 꿈에도 몰랐어. 
왜냐면, 내가  본모습은... 음 뭐랄까... 굉장히 자신에 차 보였거든 항상.
취직이나 미래에 대해서 별 고민이 없는 얼굴이랄까?  그런 느낌을 항상 받아왔거든. 안 그런 척 연기하는 거였어..?"



에이.. 야 너도 알겠지만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

심지어 기어 다니는  갓난아기도 오늘은 어떤 근육을 키워볼까 고민하지 않겠어??



내 미래 , 내 인생인데 걱정하지 않고 한숨 쉬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야.

내가 조금 더 단단해 보였다는 건, 사실 어느 정도 연기를 하기 때문일 거야.

나는 내 무의식이 '나는 괜찮아, 잘 할 거야-'라고 기억하게끔 항상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걱정되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는 거야.

어떻게 예를 들어볼까-



만약에 나는 미래에 100억 자산의 부자가 되고 싶다!

근데 나는 지금 쥐뿔 하나 없어. 그러면 불안한  마음부터 드는 게 정상일 거야.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지? 100억을 벌라면 뭐부터 해야 하지? 이런 고민들이 하루 24시간 들겠지. 

근데 나는 이렇게 주문을 걸어.

'어차피 나는 부자가 될 거야. 지금 뭘 하든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든, 분명히 나는 미래에 100억의 자산가가 되어있을 테니 걱정 대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이런 식으로.



취업도, 학점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가 불안한 거,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잖아. 정해진 건 없고, 사회에서는 경쟁만 부추기니.

그럴 때, 가슴 한 켠에 흔들림이 온다면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보는 거지. 


"난 잘될 거야. 잘하고 있어"


이렇게 생각하면 뭐 걱정될게 없어. 오히려 여유가 생기더라고.

내가 나를 믿는다는 거 생각보다 정말 중요한 거 같아.

내가 나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나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이 나를 의심할  수밖에 없어.

그만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해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음... 그 말은 나 자신을 사랑하면 그만큼의 내면적인 확신이 생긴다는 거야?"



응! 그게 바로 자존감이지..!

나는 내가 정말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특별히 예쁜 것도, 잘하는 게 많은 것도 아니지만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나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낀다는 거야'


내가 자존감이 높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알 수 있어.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분명하게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고, 또 그 사람들을 존중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 같아.


물론 나도 처음부터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이해했던 게 아니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힘든 일을 겪으면서 조금씩  단단해진 것 같아.

대표적인 예로, 어릴 때 왕따를 당한 적이 있었어. 얘들이 나를 다 미워하는데 도저히 그 이유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일기장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했어.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 이유는 뭔지.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됐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아.

그리고 나의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어. 그러다 보니 내가 나를 존중하는, 자존감이라는게 높아지더라고.


흔히들 자존감은 나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반대로 상대방을 위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

내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까지 가질 수 있거든. 



휴...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 조금 더 단단해지자 지수야-

물론 생각하는 대로 항상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서 어른이 되겠지...?







엽서형 일간 캘린더, [오늘도 두근거림]의 2번째 이야기, 김은비




**

[오늘도 두근거림]은

365명의 가슴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0.1도 씩 덜어내어 만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36.5도의 달력입니다.

여러분의 꿈, 희망, 삶의 목표, 힘들었던 순간

그 어떤 이야기든 괜찮아요! 

당신의 소중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으신 분들,은 편하게 댓글 또는 페이스북으로 신청 부탁드립니다.


페이스북 링크 : www.facebook.com/happyjisu






매거진의 이전글 #004. 홍영환의 말하는 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