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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수 Aug 04. 2020

딸아이와의 결별

숨은 행복 찾기 (결별이 어려운 엄마의 대단한 선택)

며칠 전, 중학교 3년 내내 진로희망사항에 '수의사, 수의사, 의사'를 적었던 딸아이가 내 속을 그냥, 확, 마구마구 뒤집어놓는 일이 생겼다. 


"엄마, 저 꿈이 생겼어요. 춤을 추고 싶어요. 춤을 출 때 행복해져요. 의사는 나중에 되어도 되잖아요."


나원참, 춤의 'ㅈ'도 모르는 아이다. 지금껏 춤과 관련된 동아리나 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는 아이다. 그냥 걸그룹의 음악을 들으며 춤추는 모습을 보고 어설프게 카피하는 정도가 실력의 전부다. 그런 딸아이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고 우리 부부에게 상담을 요청해온 것이다.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재능이 탁월해서 혹은 춤의 끼가 넘쳐흘러 주체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운동신경이 떨어져서 춤 동작이 파워풀하거나 섬세하지 못한 게 아이의 현주소다. 그때부터 깊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365일 딸아이 편인 남편이 설득해오기 시작했다. 

"지수야, 서진이가 좋아하는 거 시켜주자. 본인이 행복한 걸 해야지. 춤출 때 가장 행복하대잖아. 억지로 책상에 앉아있는다고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 또 모른다. 저러다 다시 꿈이 바뀔지도. 그러니 지금은 하고 싶은 거 해볼 수 있도록 해주자!"

남편의 소리에 속이 더 터진다. 시꺼멓게 탄다. 딸보다 남편이 더 싫다. 

 

한 일주일 정도 고민했다. 결론을 내렸다. 

'딸아이와 결별'하기로. 


아이와 내가 계속 연결되어 있으니, 아이도 나 때문에 힘들고 나는 아이 때문에 더 힘듦을 이겨내야 했다. 이제는 손을 놔야 한다. 고1이면 스스로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인생인데 엄마인 나보다 더 고민되지 않을까? 내가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옆에 끼고 시시콜콜 참견하고 잔소리할 때는 지났다. 혹여 잔소리한다고 들을 나이도 아니다. 이제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위해 열정을 태워볼 수 있어야 한다. 비록 그 길이 아닐지라도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인생에서 참견하고 잔소리하는 나를 과감하게 끊어내기로 했다. 


결별을 선언한 뒤, 아이와 나의 갈등과 싸움이 줄었다. 사랑한다면 상대를 끼고 챙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숨을 쉴 수 있게, 원하는 것을 실컷 할 수 있게 놓아주어야 할 때가 있다. 그렇게 '결별'할 때 서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아직도 아이를 보면 속이 터지곤 한다. 


- 오롯오롯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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