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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수 Aug 10. 2020

네 입에 센스를...

숨은 행복 찾기_'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지'

새로 이사한 우리 집 건너편엔 외식할 만한 음식점들이 제법 많다.

그중에는 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음식인 '콩나물 국밥'집이 떡하니 있다.

거기다 24시간 영업에, 단돈 4500원의 착한 가격! 대박 집이다. 음식점도 아주 깨끗해서 처음 가본 후 우리에겐 최애 맛집으로 낙점되었다.


지난 주말에 두 번째 방문. 코로나로 널찍이 떨어져 앉아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거구의 아저씨들 4분이 들어왔다.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았다. 바로 내 옆에.

'저 쪽에 자리가 비었는데, 좀 떨어져 앉으시지... 코로나로 거리두기 좀 해야하는데... 음...'


주문을 하면 바로 밑반찬이 나온다. 김치와 깍두기는 덜어먹을 수 있게 접시를, 그 외는 얇게 결대로 뜯어진 장조림, 매콤한 고추가 송송 들어간 오징어젓갈, 국밥에 들어갈 날달걀이다. 아주 정갈하다.


옆 테이블에도 그렇게 찬이 세팅되었다. 일하는 아주머니가 상을 잘 차려주고 가시는 데, 갑자기 옆에 앉은 아저씨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불러 세웠다.

"저기요. 어이~ 아줌마! 우리가 네 명인데 이렇게 반찬을 한쪽에 주면, 누구 코에 갖다 붙이라는 거요? 한 젓가락이면 끝날 음식을 우리더러 나눠 먹으라는 거요? 나원참, 이래 센스가 없어서야. 이래 가지고 장사를 하겠다고. 답답하네. 답답하다!"



쩌렁쩌렁 울리는 그 아저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음식점 내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시 정지 버튼이 눌린 것처럼 숨죽이고 멈췄다. 옆에 있던 딸아이도 너무 놀라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심지어 그 자리에 같이 앉은 동료들도 숨죽였다. 너무 창피했던 게다.


"음식 남기면 안 좋잖아. 요즘 음식 적게 담는 게 대세야. 먹고 더 달라고 하면 되지. 뭘. 별거 아닌 거 같고 왜 그러냐?" 같은 테이블에 앉은 누군가가 말을 했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먹으라고 주는 음식이냐? 정 없게 이게 뭐냐? 거기다 4명이면 이 쪽에 한상, 저쪽에 한상을 차려줘야. 센스가 없어서 어떻게 음식점에서 일하나 모르겠네."


그 험악한 아저씨가 대받아 쳤다. You win!

같이 온 동료들은 더 이상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 테이블을 써빙했던 아주머니는 그 뒤로는 그쪽으로 오지 않았다.


'센스는 무슨..., 센스? 당신의 입에 먼저 센스를 입히세요!'


본인이 원하는 바가 있으면 정중하게, 센스 있게 요청을 해야 한다. 상대방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옛 속담처럼 내가 남에게 말과 행동을 밉게 하면서 상대가 나에게 잘해주기를 기대한다는 건 만무하다. 나무라듯이, 공격적으로 말하면서 상대가 예의 바르고 센스 있게 대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건 어리석다. 대접받고자 한다면 자신 먼저 예의 있고, 존중감을 보여줘야 한다.


4500원의 착한 가격에 좋은 음식을 맛나게 먹어야 하는데, 저 센스 없는 아저씨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코로나로 떨어져 앉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넓은 자리 두고 바로 코 옆에 앉는 모습 보면서 이미 센스는 Zero, 빵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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