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달래는 독서와 글쓰기

책과 글로 다스리기

by 뽀시락 쿠크

어렸을 때 나는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책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왜 사람들이 책에 빠져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내가 책과 친해진 건 스무 살 여름방학이었다.

집에서 무료하게 뒹굴거리던 어느 날, 문득 도서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몇 권의 책을 빌려왔고, 그저 시간을 때우려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불안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책 속에서 현인들과 만나고, 그들의 지혜 속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책 한 권에 1~2만 원이면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지혜와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내 상황과 고민들을 현명하게 해결할 방향을 제시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이후로 고민이 생기거나 힘든 시간이 생기면, 서점을 가거나 책을 가까이하는 시간을 더 늘리기 시작했다. 취업 준비를 할 때나 회사를 옮기고 나서 적응하기 힘든 시간일 때도,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때에도, 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필요할 때도.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마음이 힘들 때면 자연스럽게 특정한 분야의 책들에 손이 간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삶의 지혜가 담긴 고전,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자기 계발서. 이런 책들을 통해 나는 위로받고, 나를 다시 살펴보며, 지금 닥친 현실에 현명함을 더할 수 있었다.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의 상황을 내 경험과 대입하며 공감하고, 고전을 통해 현인들로부터 행복한 삶의 지혜를 배웠다. 자기 계발서는 무엇보다 나에게 집중하며 나를 키워나가는 시간이었다.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아티스트 웨이』였다. 이 책을 통해 '모닝페이지'라는 새로운 습관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닝페이지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아무런 조건이나 제한 없이 3페이지 정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이다.

내면의 영감을 깨우고 잃어버린 나를 만나는 시간.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시작해 보니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그저 써 내려갔다. 울렁거리는 부정적인 감정들,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생각들, 한 번씩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생각들까지. 모든 것을 노트에 담아냈다.

밤에 쓰는 일기와는 또 달랐다. 밤에 부정적이고 분노에 찬 감정을 써 내려가면 자기 전에 찝찝한 기분에 감정의 찌꺼기가 남는 기분이라면, 비슷한 내용도 아침 시간에 써 내려가면 아침 햇살이 들어와서인지 그 감정들을 빛으로 지워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기분이 들었다.


쓰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침 시간에 내면의 나와 대화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닝페이지로 시작하는 하루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기 전엔 얼른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며 잠에 들었다.

힘들고 가라앉던 기분들을 글로 꺼내는 과정은 일종의 정화 작업이었다. 나를 스스로 치유하고 내면을 다스리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또 책을 보면서 마음에 닿았던 문장을 자연스럽게 되뇌면서 노트에 같이 내 생각을 남기고 있었다. 나만의 아티스트를 찾는 과정이 되고 있었다. 왜 사람들이 자신만의 감정과 경험들을 글로 써내려가는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독서와 글쓰기. 나를 일으켜 주는 많은 책들과 책을 통해 접한 글쓰기. 앞으로의 나의 삶을 계속 지지해 주겠지.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생은 오픈북시험 같다고. 막막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에게는 책이라는 든든한 참고서가 있다. 그리고 글쓰기라는 나만의 해답 정리법도 있다.


책과 글 속에서 답을 찾자. 그 답들이 모여 나만의 인생 교과서가 되어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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