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치유시스템

글쓰기로 다스리기

by 뽀시락 쿠크

일과 사람 관계가 모두 힘들어진 시기였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억지로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 혹시나 내 안의 우울감이 드러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줄까 봐 늘 조심스러웠다.

나를 돌보려고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 회색빛 일상 속에서 문득 브런치 작가 도전이 떠올랐다. '이런 재미없는 나날에도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감정과 경험을 글로 표현하면서 내 마음도 다스리고,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브런치 작가 당선 소식을 받았을 때, 마치 하늘이 내게 길을 열어주는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고 감정을 풀어내며 이겨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생각해 보니 이전에도 그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슬픔에 허우적거릴 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거나 에세이 강의를 듣고 글을 쓰며 마음을 추슬렀던 기억이 있었다. 글이 내게는 늘 치유의 도구였구나, 새삼 깨달았다.

브런치에서 여러 작가들의 글을 읽으니,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아픔을 글로 풀어내며 스스로와 독자들을 다독이고 있었다. 어떤 글은 마음이 아려 와서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하고, 어떤 글은 피식 웃게 만들기도 했다.

'나도 이 과정을 기록하며 스스로 치유하고, 타인에게도 공감과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가득했다. 그리고 훗날 이 글들이 나만의 비밀 치유서가 되어주길 바랐다. 살면서 어떤 일이든 겪을 텐데, 그때마다 글쓰기로 감정을 다독이고 스스로를 치유해 줄 수 있을 테니까.


그즈음 스레드라는 SNS도 알게 되었다. 짧은 글쓰기 방식의 플랫폼이었다. 평소 사진을 잘 찍지도 않고, 네이버 블로그는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드는 것 같아 스레드가 나에겐 제법 적합해 보였다.

운동이나 마음근력을 키우는 기록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 문구를 간직해 두었다가 꺼내 볼 수도 있고, 대나무 숲처럼 고민을 털어놓으면 '스친'이라 불리는 SNS 친구들이 긍정적이고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어 힘이 났다.

짧은 글이지만 간결하면서도 정돈되게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생각을 정리하는 법도 늘었다. 짧게나마 내 생각을 공유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소소한 행복이었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로 하루하루를 조금씩 버텨나가고 있었다. 길고 자세한 브런치 글로는 깊은 성찰을, 짧은 스레드 글로는 일상의 작은 깨달음을 담으며.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내 감정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정리할 수 있었다. 마치 마음속 어수선한 방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것처럼. 때로는 글을 쓰면서 내가 진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게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글을 통해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로였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이 감정들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들이었다.


가끔 힘든 순간이나 고민이 많을 때 펜을 들어보자. 일기장에 감정을 쏟아내보기도 하고, 차분히 이성적으로 나를 다시 들여다보며 마음의 찌꺼기를 정리할 수 있다. SNS나 블로그, 브런치와 같은 플랫폼에 일상을 기록하며 세상과 연결되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나만의 언어와 표현도 조금씩 자라난다.


글쓰기는 나의 단단한 치유시스템이 되었다. 앞으로도 힘든 날엔 글을 쓰며 나를 다독이고, 언젠가 이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치유의 씨앗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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