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픈 현실
정정하시던 용인할머니께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리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음식을 잘 드시지 못하시더니, 이제 눈 뜨는 것조차 힘겨워하신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너무 잘 먹어서 살이 쪄서 큰일이야"라고 하시던 분이셨다. 그런데 실수로 갈비뼈 부근을 다치시고 난 후 기침으로 힘들어하기 시작하셨다. 드시는 것을 점점 힘들어하시더니 기력이 떨어져 움직이기도 어려워지셨고,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셨다.
입원 첫 몇 주는 그래도 희망적이었다. 꽤 음식도 드시고 "좋아졌다"며 웃으시는 할머니를 보니 금방 퇴원하실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할머니께서 음식을 드시지 못하시더니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셨다. 소식을 듣고 지난주에 찾아뵌 할머니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으셨다. 눈을 뜨기도 힘들어하시며 말씀도 전혀 못하시고, 그저 눈을 감고 누워계셨다.
할머니의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냥 눈물이 났다. 삶이란 참...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더욱 가슴 아팠다. 며칠 전부터 할머니께서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 하시더니, 보호사 선생님께서 "그렇게 하면 자신은 경찰에 잡혀간다"라고 말씀하신 이후로 할머니는 입을 꾹 닫으시고 음식도 드시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때 의지를 놓으신 것 같아요. 긍정적이고 행복한 할머니셨는데..."
선생님의 말씀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다.
어르신들은 병원을 싫어하신다. 본인이 계셨던 보금자리에서, 불편하더라도 마음 편히 계시고 싶으신 게 아닐까. 아니면 삶의 마지막이 다가옴을 직감하시고 계셔서 더욱 집이 그리우셨을까.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집에서는 어르신을 돌보는 데 한계가 있다. 찾아와 주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계시더라도, 24시간 전문적인 케어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역부족이다. 자식들이 계속 케어할 수도 없는 여건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들 앞에서 마음이 아프다. 할머니가 원하시는 것과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 사이의 간극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삶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심정은 어떨까. 나는 할머니가 편안하시길 기도할 뿐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셨거나, 언젠가 맞닥뜨리게 될 상황일 것이다. 사랑하는 어르신을 돌보며 느끼는 무력감,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마음 한편에 남는 미안함과 아쉬움들.
현실의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사랑하는 이들은 알고 계실 것이다. 우리의 마음만큼은 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비슷한 아픔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의 마음에도 위로가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