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쉬는 연휴, 정말 오래 보고 싶었던 친구를 만났다.
연말에 여럿이 모이는 자리는 분명 즐겁지만, 예전부터 여러 명이 북적이는 모임보다는 소수의 만남이 더 좋다. 1대 1로 마주 앉아야 비로소 따뜻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고,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고민들을 수다처럼 쏟아내다 보면, 묵직했던 생각들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대화의 온도도 자연스럽게 나이에 맞게 변해왔다.
20대 때 우리는 늘 미래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맞는지,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게 얼마나 버거운지, 그리고 어김없이 빠지지 않던 연애 이야기. 그때의 대화는 뜨겁고 설렜다. '앞으로'라는 단어로 시작해 '언젠가'라는 말로 끝나는, 열기 가득한 시간들.
그런데 이제는 대화의 온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결혼을 할지 말지, 경제와 집, 노후와 자산 관리, 그리고 건강 이야기까지. 뜨겁게 타오르던 대화가 이제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어느새 우리의 관심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로 옮겨온 것 같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 대화의 온도는 또 어떻게 변할까. 그 미래의 온도가 문득 궁금해졌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눠본 게 얼마 만인가 싶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딪히며 지내지만, 정작 오가는 말들은 대부분 스몰톡에 가깝다. 날씨 이야기, 점심 메뉴, 요즘 바쁘냐는 인사처럼 표면만 살짝 스치는 대화들.
그래서인지 더더욱 마음을 조금 더 열어도 되는 사람과의 따뜻한 대화가 필요했다.
한참을 웃고 떠들다 보니 창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소위 '집순이'인 나조차도 그날만큼은 피곤함보다 들뜸이 더 컸다. 몸은 분명 하루 종일 돌아다녔을 텐데,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지고 밝아진 느낌.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의 한 번의 만남이, 나에겐 생각보다 오래가는 온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