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한 가지에 완전히 매몰되고 싶다

취미 유목민의 고백

by 뽀시락 쿠크

단잠을 잤다. 눈을 떠보니 3시 30분이다.

요즘 짧고 깊은 잠을 자고 나서 3시 30분쯤에 눈이 떠질 때가 잦다. 이불속에서 뒤척거리다 다시 잠들곤 했지만, 오늘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새해 부스터가 너무 금방 꺼져버렸는지, 요즘 하루하루를 너무 여유롭게 보낸다.

'일어나서 운동해야 해! 그리고 신문 읽고 책도 읽고 회사 가야 해!' 하다가는, 조금 늦게 눈이 떠져도 꿈틀거리며 매트 위로 옮기고 제법 느긋하게 스트레칭 후에 출근 준비를 한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느낌이라 좋지만, 한편으로 긴장감이 끊어져서 무료함을 느끼나 싶다. 1월 초의 그 설렘은 어디로 갔을까. "올해는 뭔가 달라질 것 같아"라던 기대감은 벌써 일상에 묻혀버렸다.


유튜브도 보기 싫고, 그렇다고 책을 읽으면 잠만 쏟아진다.

재미있는 걸 찾고 싶은데, 도파민이 떨어진 느낌이다. 아무것도 흥미롭지 않다. 평소 좋아하던 것들도 시들하다. 뭔가 자극적인 게 필요한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책을 읽고, 산책하고, 글쓰기 외에 새로운 취미가 하나 없을까? 집에서 할 수 있는. 한 번씩 조금은 생각해야 하지만 경쾌하게 풀리는 수학 문제를 풀거나, 흥미롭게 배웠던 지구의 자전, F=ma와 같은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문제를 풀고 싶다.

공부한 내용을 적용하면서 뇌를 번쩍이는 느낌! 그 느낌이 그립다. 몰입의 시간이 부족한가 보다.


생각해 보니 깊이 있게 공부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든다.

나는 아마추어의 삶을 살고 있다. 드럼도 배우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지만, 어느 하나 깊이 파고들지는 못한다. 전문가가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즐기는 수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무언가 깊이 있게 빠진 적이 언제인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했던 순간이 언제였나?

학창 시절 수학 문제를 풀 때, 답이 나올 때까지 끙끙거리던 그 시간.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 순간의 쾌감. 복잡한 문제가 술술 풀릴 때의 희열. 그런 경험이 그립다.

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새로운 취미가 아니라, 무언가에 깊이 빠질 수 있는 용기와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뽀시락 시도하는 게 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특출 나게 잘하는 건 없어도,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른 갈증이 느껴진다. 넓게만 사는 게 아니라, 무언가 하나쯤은 깊이 파고들고 싶은 마음.

아마추어로 여러 가지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한 가지에 완전히 몰입해 보고 싶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른 건 다 잊고,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는 시간. 뇌가 번쩍이고, 심장이 뛰는 그 느낌.

어쩌면 새해 부스터가 꺼진 게 아니라, 진짜 나를 움직이는 무언가를 아직 찾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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