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을 벗어난 진짜 쉼
장마철 밤새 내린 비 때문인지, 창밖이 수증기로 하얗게 흐려져 있다. 마치 세상이 부드러운 베일을 둘러쓴 것 같은 아침이다.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머리를 띵 하고 맞은 듯한 깨달음이 있었다. "쉼과 행복은 무용한 것에서 온다"는 말이었다.
요즘 우리는 어디서든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것만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경쟁에 뒤처지면 안 되고,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곧바로 낙오자 취급을 받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힘들다고 도움을 요청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요즘 애들은 노력이 부족하고 인내심이 없다"라며 질책이 돌아온다.
그런데 정말 '버티는 것'이 해답일까?
'존재통'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는 뜻이니까.
나 역시 마찬가지다. 쉬는 주말에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런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을 때를 떠올려보자. 그냥 걷거나, 자연 속에서 산과 하늘과 나무를 바라보며, 따스한 햇빛을 느끼며 멍하니 있는 시간.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때 떠오른 게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한 장면이었다. 여유로운 부잣집 도련님 김희성이 이런 말을 한다.
"내 본래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저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쓸모없다고 여겨지지만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당장 성과나 결과로 이어지지 않지만, 그 자체로 우리에게 평온함을 주는 것들 말이다.
나만의 무용한 것들을 찾아보자. 하늘을 바라보기, 예쁜 꽃 구경하기, 햇빛 쬐며 걷기, 빗소리 들으며 차 마시기, 새소리에 귀 기울이기, 의미 없는 낙서와 끄적임, 그림 그리기, 귀여운 인형 바라보기.
생각해 보니 이런 무용한 것들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쉼을 얻는다. 효율과 성과에 쫓기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더 많은 것을 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길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무용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