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는 힘
공기가 선풍기 바람 사이로 부서지며 흩어진다. 밤새 선풍기를 켜고 잘 만큼 더워진 날씨다.
쉬면 안 될 것 같아서 최대한 꾸준히 걸어가면서 일을 계속해보기로 했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힘을 빼면서. 그래도 버티다가 안 되면 쉬기로 혼자 마음먹었다.
사실 괜찮다고 하지만 몸 상태가 이전과 다른 걸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약간 걱정이 된다. 이러다가 일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닐까.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들은 어떻게 20년, 30년을 일해오신 걸까. 분명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있으셨을 텐데. 가족을 생각하면 못할 일은 없다는 마음이셨을까. 엄마, 아빠도 그 시간 동안 지금의 나처럼 힘들어하는 순간들을 지나오셨겠지.
한 번씩, 아빠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베란다에 걸터앉아 난을 바라보며 잎을 닦아주다 깊은 생각에 잠긴 아빠의 모습. 그때 아빠의 어깨와 뒷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고민이 있으신 걸까? 아빠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 아빠가 부단히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말없이 난을 돌보며 마음을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
나는 우리 엄마, 아빠의 딸이니까. 우리 엄마, 아빠가 지나온 시간을 따라가며 더 단단해져 가겠지. 부모님의 아낌없는 사랑과 그들이 보여주신 삶의 모습들이 내가 모든 것을 헤쳐나갈 수 있게 힘을 준다. 그들의 DNA가 내 안에 흐르고 있고, 그들의 지혜가 내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힘들 때마다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린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신 그들의 뒷모습을. 그러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흔들려도, 그래도 계속 걸어가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 마음도 단단해진다. 오늘 하루도 웃으며 시작해 본다. 선풍기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듯, 부모님의 사랑이 내 마음의 무더위를 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