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

내 몸과 대화하는 시간

by 뽀시락 쿠크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매일 샤워하기다.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이며 게으름을 부리고, 주말에 가끔 미루는 경우도 있지만, 샤워 후의 그 상쾌함을 떠올리면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하루를 제대로 시작한다는 느낌, 새로운 에너지를 갖춘다는 기분이랄까.


내 샤워 루틴의 첫 번째 단계는 머리 빗기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목 뒤부터 머리카락이 자라는 반대 방향으로 한 번 슥슥 빗어준다. 엉킨 머리를 정리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오늘도 구석구석 꼼꼼하게 씻어줘야지."


허리를 숙여 머리가 충분히 젖도록 따뜻한 물에 머리를 적신다. 묵은 때를 불려주듯, 머릿속의 걱정과 불안, 부정적인 생각들도 함께 흘려보낸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우울은 수용성이라 물로 씻겨 내려간다"는 말. 참 좋은 표현이다.


다음은 몸을 씻을 차례다. 샤워 타월에 내가 좋아하는 라벤더 향 바디워시를 올려 샥샥 소리를 내며 하얗고 깨끗한 거품을 만든다. 이 순간이 제일 좋다. 목 뒤와 귀 뒤부터 시작해서 발가락까지, 내 몸의 구석구석을 거품으로 감싸준다.


몸을 정성스럽게 만져주고 씻어주면서 나는 내 몸과 대화한다. "아, 뱃살이 좀 나왔구나", "어깨가 많이 뭉쳤네" 하면서 내 몸의 변화를 확인한다. 비판이 아닌 관찰이다. 그저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가는 시간이다.

얼굴도 야무지게 씻어준다. 특히 입 주변과 경직된 턱 근육을 조금 풀어주며 마사지한다. 거울 속 내 얼굴을 향해 방긋 웃어본다. "오늘도 상큼하게 시작해 보자."


따뜻한 물줄기가 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루 동안 쌓인 땀과 각질, 그리고 온갖 잡생각들이 하수구를 통해 흘러나간다. 물리적인 더러움뿐만 아니라 마음의 찌꺼기들까지 함께 씻겨 나가는 기분이다.


샤워는 단순한 몸 씻기가 아니다. 나만의 작은 의식이자 명상 시간이다. 깨끗해진 몸과 맑아진 머리로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샤워하면서 나는 오늘 하루를 미리 그려본다. 무엇을 할지, 어떤 마음으로 보낼지, 누구와 만날지.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오면 물과 함께 흘려보낸다. 대신 즐거운 상상으로 마음을 채운다.


샤워를 하지 않으면 뭔가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기분이다. 마치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것처럼, 샤워는 나를 리셋시켜 주는 시간이다.


몸을 깨끗하게 씻는 것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너는 깨끗하고 상쾌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자격이 있어"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샤워 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확실히 다르다. 눈빛도 더 맑아 보이고, 표정도 한결 밝아 보인다. 마음도 가벼워진다. 샤워만으로도 이미 하루를 잘 시작하고 나를 돌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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