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은 미래의 추억이 된다

시간이 주는 선물

by 뽀시락 쿠크

토요일 아침부터 분주했다. 서울역으로 시부모님을 모시러 일찍 집을 나섰다. KTX에서 내리신 시부모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어머니, 아버지, 여기예요!"


친척 결혼식을 마치고 시부모님의 신혼 시절을 따라 추억 여행을 떠났다. 시부모님께서 젊은 시절 서울 성수 근처에서 신혼을 보내셨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성수동 쪽으로 가볼까요? 예전에 살던 동네라고 하셨잖아요!"


카페에 앉아 시원한 아메리카노로 더위를 식히며 시부모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신혼 초 이야기, 아버님의 출퇴근 에피소드, 어머님이 그 시절 동생들과 함께했던 소소한 일상들이 술술 흘러나왔다.


"그때는 다 그랬었지. 시작은 다 그렇게 했었어. 살다 보면 기회도 오고, 너희는 젊으니까 더 좋은 날들이 많을 거야."


창밖으로 보이는 성수역 주변 풍경을 바라보시며 아버님이 감탄하셨다.


"야, 여기가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됐네. 예전엔 공장만 있었는데..."


높은 카페들과 예쁜 상점들,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시부모님이 신혼을 보내시던 그 시절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었다. 세월의 흔적을 따라가며 추억을 더듬어 보시는 모습이 애틋했다.


"그때 그랬어도, 지금 이렇게 좋아진 거지. 힘들었던 시간도 지금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잖아. 다 추억이 된 거야."


단순한 한 마디였지만, 오늘따라 이 말이 유독 크게 다가왔다. 그 시절 시부모님에게는 막막하고 힘들었을 나날들이 지금은 따뜻한 추억이 되어 있었다. 신혼 초 경제적인 걱정도, 아이들을 키울 때의 힘겨웠던 시간들도 모두 지나고 보니 '그때 그랬지' 하며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나도 문득 생각해 봤다. 지금 내가 힘들어하고 걱정하는 일들도 언젠가는 그런 추억이 될까?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도 몇 년 후에는 '그때 그랬어도, 지금 이렇게 좋아진 거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리워할 시간이 될 것이다. 오늘 시부모님과 함께 보낸 이 소소한 오후도, 카페에서 나눈 대화도, 성수동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이 기분도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 이 시간이 지나갈까' 생각하며 버티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보려 한다. 힘든 지금도 미래의 내가 그리워할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오늘도 분명 미래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바쁘게 보낸 토요일이지만, 시부모님의 지혜로운 말씀을 들을 수 있었던 선물 같은 하루였다. 일주일간 지끈했던 두통이 사라졌다.


그때 그랬어도, 지금 이렇게 좋아진 거니까.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하니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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