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감정 처방전 찾기
한 번씩 스트레스가 쌓일 때 내 안의 폭력성을 발견하곤 한다. 어렸을 때는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아직 미숙했던 그 시절. 내 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무언가 잘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화가 나서 펜을 세게 움켜쥐고 공책에 마구 낙서를 하다가, 결국 그 노트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선명하다.
그러고는 화가 조금 가라앉아 그 노트를 다시 주웠다. 바로 그때 깨달았다. 내 화에 못 이겨 노트를 집어던졌다가 다시 줍는 모습을 보며 '내 화의 뒤처리는 결국 내 몫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화가 가라앉고 나니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피식 났다. 이 방법은 아니구나.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속상하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으면 차 안에서 울거나 소리를 질렀다. 코만 막히고 목만 아팠다. 감정을 컨트롤할 줄 몰라서 감정적으로 하소연도 했다.
감정적인 반응의 끝은 항상 찜찜했다. 생각해 보면 미숙하게 끝이 없었다. 그러고 나면 혼자 '화에 못 이겨 뭐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며 부끄러웠다.
그래도 어려서 처음이라고 '그럴 수 있지' 하며 위로하고 토닥여주던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철없던 그 시절에 아껴주고 잘 돌봐주신 모든 분들께 지금도 감사하다. 그 경험들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었으니까.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미숙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는 운동이나 책, 다른 취미생활을 찾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해소하는 방법을 누가 콕 짚어서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다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최근에도 스트레스가 쌓일 때 몸 안에서 화가 일어나는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다양하고 차분한 방법으로 감정을 다스린다. 일단 그 기분을 알아차리고 화장실에 가서 잠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잠깐 바람을 쐬거나 차분한 음악을 조금 들어본다.
결국 스트레스와 나쁜 기분을 내가 올바른 방법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내 몸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미성숙한 사람이 될 뿐이다.
노트를 집어던지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안에서 불을 품는 작은 괴물 화해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성장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