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를 위한 도토리
창밖 흐리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멍하다. 출근하지 않는 쉬는 월요일이다. 이미 기분이 좋다.
지난주 연차를 쓰기 전 얼마나 연차를 썼는지 확인해 보았다. 이번이 첫 연차이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소중히 꺼내 먹듯이 나의 소중한 연차를 주머니에서 하나씩 꺼내 아껴 써야지. 한 번에 길게 쓰는 것보다 달마다 야금야금 써볼까.
예전에는 연차를 길게 써서 꼭 어디론가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연차를 쓰는 만큼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휴가가 또 다른 일정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온전히 나를 위해 쓰며 집에서 푹 쉬는 휴가가 더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아무 곳도 가지 않을 권리를 누리는 시간이 진짜 휴가인 것 같다.
연차 하나가 주는 여유로움은 생각보다 크다. 그 하루하루를 나를 충전하는 시간으로 써야겠다. 오늘처럼 그저 아침에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있어 기쁘다.
여유롭게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멍도 때리고.
오늘 같은 날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