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남편의 외할머니께서는 멀지 않은 곳에 계신다. 우리는 종종 주말에 할머니댁에 뵈러 가곤 했다. 할머니댁에 가면 할머니는 항상 웃으며 " 아이고, 바쁜데 왔어. 아이고, 착해. 아이고, 고마워 " 하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할머니댁을 일찍 찾았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평소와 다른 할머니 모습
건강하고 항상 잘 드시던 할머니께서 컨디션이 안 좋으셨는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며 잘 드시던 국수도 잘 넘어가지 않으신다며 " 오늘은 잘 안 넘어가네 " 하시며 조금 드시다 힘드셨는지 그릇을 내려놓으셨다.
우린 항상 어머님과 영상통화 연결을 해드리곤 했는데, 평소 같으면 "아이고 애들이 와서 맛있는 걸 많이 사 왔어" 하며 목청껏 말씀하셨겠지만, 이번에는 짧은 인사만 나누시더니 힘들다며 끊으라 손짓하셨다. 항상 밝게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시던 할머니께서 기침을 하며 힘들어하시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화면 속 어머님을 보며 웃으며 손 흔들어주셨다. 항상 밝게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시던 할머니께서 기침을 하며 힘들어하시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얼굴이 발그랗게 홍조를 띤 얼굴로 우리를 봐서 좋으면서도 몸은 불편하셨나 보다. 그런데도 "괜찮다, 괜찮아. 나이 들면 다 아프지 뭐. 너희 보니까 너무 좋다." 하며 웃으려 애쓰시는 모습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함께 다녀오는 병원길
마침 요양사 선생님께서 방문하셔서 할머니의 상태를 이것저것 여쭤보시더니, "일요일엔 못 찾아뵈니 오늘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다"라고 하셨다. 할머니께서도 힘드셨는지 순순히 따라와 주셨다.
가까이에 동네 의원이 있어 우리는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의원에 갔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팔짱을 끼고 할머니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모셔 갔다. "아이고, 고마워" 하시는 할머니께 "천천히 가셔도 돼요" 하며 함께 걸었다. 할머니는 "그래도 너희랑 같이 면내 구경도 하고 좋네" 하시며 주변을 둘러보셨다.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계시는 동안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시는 다른 할아버지를 보시며 할머니는 "저 양반도 나랑 비슷하구먼" 하고 웃으셨다. 아픈 중에도 웃으시려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 대단했다.
담담한 할머니의 말씀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건너편 약국에서 기침약을 포함한 약들을 처방받았다. 짧았지만 함께 병원에 다녀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할머니께 주말 간 드실 약을 설명드리고 잠깐 이야기를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며 "얼른 나으세요. 또 올게요"라는 말에, 할머니는 "낫던가~ 죽던가~" 하고 유쾌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 말씀 뒤에 "오늘 고생 많았어요, 고마워" 하며 손을 흔들어 주셨다.
유쾌하게 웃으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참 멋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속상하고 울음을 가득 참고 있는 어머님과 통화를 했다. 평소와는 너무 다른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으셨나 보다. 멀어서 자주 가보지 못하는 미안함과 이제 정말 세월이 느껴지는 할머님의 모습을 한 번 더 느끼셨나 보다.
우리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참 한편으로 슬프다. 태어나서 죽는 것은 진리이지만, 그래도 매번 함께 했던 시간과 사람들을 놓아주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할머니의 마지막 말씀이 계속 떠올랐다. "낫던가~ 죽던가~" 하며 웃으시던 그 모습. 삶과 죽음을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할머니의 지혜가 참 대단했다.
할머니께서는 평생을 그렇게 사셨을 것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괜찮다, 괜찮아" 하며 웃으시고, 좋은 일이 있으면 "아이고, 고맙다" 하며 감사해하시고.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나도 배운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그 웃음 속에 담긴 할머니의 담담함과 유쾌함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할머니처럼 살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