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우면 피하라,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올해 초,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서 심각한 피해의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도 뭔가 '싸한' 느낌이 있었지만, 결국 터질 것이 터진 셈이다. 내가 사람을 너무 좋게만 봤던 걸까?
"그건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어요."
몇 번이고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그의 상상 속에서 나는 이미 그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자신의 피해의식을 인정하면서도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점이었다.
"미안해요, 내 피해의식 때문에 그래요. 하지만 당신도 그렇고, A도 나를 무시하고, B도 나를 무시하고."
심지어 밤에 연락이 온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겪은 일까지 마치 내 잘못인 양 감정을 쏟아낸다. 나는 그에게 그렇게 만만한 사람인가? 이래서 사람을 편하게 대해주면 걸러질 사람이 나온다는 말이 있나 보다.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 주변이 다 힘들어진다더니, 결국 멀쩡한 사람이 정신과를 찾게 된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스러워 마음건강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상담사는 "그 사람의 망상이 심한 편이니, 최대한 피하고 리더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업무를 완전히 분리하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처음에는,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궁리만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자신이 더 우울해졌다. 결국 피할 수 없다면, 내 멘탈을 단단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취미 생활에 집중해 보자."
그러나 한창 추울 때라 운동도 하러 가기 싫고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운동을 다녀와도 예전 같은 기분이 아니었다. 산뜻한 기분이 아닌, 축 젖어 있는 느낌. 기분이 없는데 기분이 있는 척, 좋은 척하는 묘한 상태가 계속됐다.
운동하기, 책 읽기, 산책하기, 법륜스님 영상 보기, 김주환 교수님의 마음건강 공부하기. 지난 몇 개월간 멘탈을 챙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유튜브, 책, 글쓰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하루하루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발견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전의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또 그 사람을 마주쳐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내가, 이제는 '오늘은 어떤 일이 있을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맞이하게 되었다.
타인의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의 피해의식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치유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여정이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지키는 명확한 경계선을 세우고 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 마음을 지키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내가 지난 몇 개월간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이다. 누군가의 비뚤어진 시선이 내 일상을 망치게 하지 않을 만큼,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이제 나는 즐겁고 가볍게 사는 마음가짐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 경험이 앞으로 마주할 수 있는 더 큰 어려움에 대비하는 귀중한 훈련이 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전혀 신경이 안 쓰인다는 건 솔직히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나는 내 마음을 지키는 법을 배웠고, 어떤 일이 생겨도 다시 일어나 헤쳐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나는 확실히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이 과정과 방법들을 기록해 둬야겠다. 나의 마음을 꾸준히 지켜나가기 위해서, 다음번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