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다른 걸음걸이

by 뽀시락 쿠크

지난주, 가족들과 화담숲에 다녀왔다. 비가 많이 왔던 주라 걱정했지만, 그날은 띄엄띄엄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지만 걷기엔 습하지 않고 시원한 공기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마치 자연이 우리 가족을 위해 딱 맞는 날씨를 준비해 준 것 같았다.

2년 전쯤 가을에 단풍 구경을 왔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여름 화담숲의 푸르름이 인상적이었다. 가족들과 함께하니 더없이 좋았다. 가을엔 티켓팅을 해야 했던 것 같은데, 여름이라 티켓 여분은 당일 오전에 충분히 구할 수 있어서 마음도 한결 편했다.


우리 가족은 정말 성격이 제각각이다. 엄마는 성격이 급하고 어딜 가든 빠른 걸음으로 슥슥 구경한다. 화담숲길을 걸을 때도 빠른 길로만 지나간다. 앞장서서 걷는 엄마를 따라가다 보면 가끔 숨이 찰 때도 있다.'왜 그렇게 서두르십니까? 경치구경 하시면서 천천히 산책하세요!'라고 적힌 팻말은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있는 듯하다. 반면 동생은 느긋하고 어딜 가든 여유롭게 주변을 세심히 관찰한다. 한 곳에서 한참을 머물며 구석구석 살펴보는 모습이 마치 자연 탐험가 같다.

나와 남편은 그 중간에서 엄마를 따라가느라 바쁘기도 하고, 동생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가기도 한다. 때로는 앞서가는 엄마를 기다리게 하고, 때로는 뒤처진 동생을 재촉하기도 하면서 가족의 균형을 맞추려 애쓴다.


엄마는 사진 찍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찍어준다고 해도 그냥 휑하니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됐어, 됐어" 하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우리 엄마다.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나면 달라진다. "사진 찍어줄게, 엄마 저기 서봐"라고 하면 사부작 걸어가서 귀엽게 브이를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소녀처럼 수줍어하면서도 기뻐한다.

동생은 나무에 붙어있는 작은 잎사귀도 살펴보며 걷는다. "이 잎 모양이 얼굴 모양 같지 않나? 귀엽다"라며 신기해한다. 민물고기관이나 곤충관에 전시된 물고기와 곤충들도 한참을 관찰한다. 나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동생 덕분에 새롭게 보게 된다.

자세히 보니 물고기들이 뻐끔뻐끔 입을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잎사귀 밑에 몰래 붙어있는 나비들도 동생이 아니었다면 놓칠 뻔했다. "저기 봐봐, 나비가 숨어있다!" 하며 신나 하는 동생을 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가족이지만 정말이지 다르다. 나는 성격이 급한 것이 엄마를 닮은 것 같고, 동생은 행동이 느긋한 것이 아빠를 닮았다. 어렸을 때는 동생이 꾸물거리고 느긋한 것이 참 답답했다. "빨리 해, 늦겠어!"라며 재촉하기 일쑤였고, 동생의 느린 행동 때문에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엔 동생의 느긋함과 지나친 여유로움이 가끔 부럽다. 나는 많은 시간을 조급해하며 삶을 살아온 것 같은데, 동생처럼 약간의 여유를 한 스푼 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서 항상 서두르며 살았는데, 동생을 보면서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배우게 된다.


어릴 때 꾸물거리는 동생과 많이 싸우기도 했다. 서로 다른 속도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기다려주고 같이 발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동생이 멈춰 서서 무언가를 관찰할 때, 나도 함께 멈춰 서서 그가 보는 것을 함께 본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관점을 같이 공유하게 된다. 내가 놓쳤을 수도 있는 작은 아름다움 들을 동생을 통해 발견하고, 동생은 나를 통해 조금 더 미리 준비하고 속도를 내는 법을 보지 않을까?


화담숲을 걸으며 우리 가족의 다양한 모습들을 새삼 돌아보았다. 엄마의 급함도, 동생의 느긋함도, 모두 각자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차이들을 인정하고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 조금은 성장한 증거가 아닐까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족들의 서로 다른 걸음걸이를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지만, 결국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고 서로의 발걸음을 확인하며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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