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관계의 감사함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이나 인연은 특정한 시간과 환경이 맞아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어렸을 때의 친구들을 떠올려본다. 그때는 이 관계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친구를 좋아하는 그 시절, 우리의 우정은 시간도 거리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인연이 닿아 가끔씩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결혼하면 또 달라지고, 아이를 낳으면서 또 달라진다.
10대에는 10대의 고민을, 20대에는 20대의 고민을, 30대에는 일과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고민을. 각자의 인생 단계가 비슷하다면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공감하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점점 더 표면적인 대화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굳이 깊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에너지와 필요성도 없어진다. 솔직히 그런 고민들이 이제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대부분을 해결해 주고, 굳이 오랜만에 만난 사이에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즐겁고 가벼운 이야기가 좋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그 시기에는 너무나 아쉽고 슬펐어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희미해진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각각의 시기에 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나의 성장과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10대의 나, 20대의 나, 30대의 나와 함께해 준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
어쩌면 관계도 계절과 같은 것 같다. 봄에는 봄꽃이, 여름에는 푸른 잎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하얀 눈이 각각 그 시절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듯이.
그 모든 시절 인연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