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다스리기2_감정 인지와 조절
김주환 교수님의 회복탄력성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아래 문단은 회복탄력성에 나오는 '빈배 이야기' 부분을 발췌했다.
"기분 나쁜 일, 슬픈 일, 화 나는 일, 짜증 나는 일이 되려면 반드시 나의 해석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나의 분노나 짜증은 외부적 사건이나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나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의 분노나 좌절의 근원은 내 머릿속에 있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상상해 보자. 따뜻한 봄날 잔잔한 호수 위에서 평화롭게 조용히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다른 배가 내 배를 뒤에서 쿵 박았다. 순간 분노와 짜증과 함께 박은 배 주인에게 퍼붓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 아뿔싸 그 배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빈 배가 물결에 떠 내려오다가 내 배에 와서 부딪힌 것이다. 이 일화는 분노와 좌절이 외부의 사건에서 자동적으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나의 순간적인 해석이 분노의 원인인 것이다. 외부적인 사건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해석에 따라 감정이 변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의 분노와 짜증은 결국 나에게 기분 나쁨과 찝찝함을 남기고 좋은 것은 없었다. 스스로를 힘들게만 하고 축 가라앉게만 만들었다. 회사에서 하기 싫은 일을 해나갈 때 짜증이 가장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해결하고 해야 할 일이다. 짜증과 분노에 휘둘리면 집중력도, 판단력도 잃어버린다. 그저 가볍게 생각하고 집중해서 끝내면 될 일인데, 나의 부정적인 해석에 휩싸여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에서 내가 자주 관찰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짜증 나고 화나는 상황에서도 평안해 보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이다. 팀원들끼리도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있냐?"라고 신기해할 정도로 차분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불필요한 부정적인 해석으로 감정을 낭비하는 대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해야 할 일을 처리한다. 그저 일어난 일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이제 나도 그들처럼 될 테야.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꼬리를 물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될 때가 있다. 그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끊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보통 집에서 쉬다가 스트레스받는 상황들이 꼬리를 물 때는, 벌떡 일어나 외친다. "쓸데없는 생각 금지! 이놈들 썩 꺼져! 할 수 있다!" 그러곤 잠깐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나서거나 산책을 하기 위해 나선다.
회사에서는 자리를 잠시 옮길 수 있는 상황이면, 나는 주로 화장실을 간다. 화장실을 나오며 손을 씻으면서 같이 부정적인 생각과 기분을 흘려낸다. 손을 털면서 '짜증과 분노도 같이 떨려 나가라' 하면서.
바로 자리를 옮기거나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잠시 pause를 한다. 잠시 심호흡을 하며 말을 아낀다. 사실 호흡은 계속하고 있던 거니 그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라 본인의 자리에서도 바로 연습해 볼 수 있다. 들숨, 날숨, 후 -. 심호흡 이외에 내가 자주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발바닥이 닿는 면의 촉감을 느끼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다독이듯이 리듬을 타는 것이다. 귀여운 내 발가락.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듯이 발가락으로 리듬을 탄다.
또 하나는 그 감정을 느낀 이유를 가볍게 분석하며 적어보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기분이 짜증이 나고 화가 났는지. 그 감정에 나의 어떤 부정적인 해석이 들어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나의 어떤 불안 때문에 그 감정이 올라왔는지 깨달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 스스로 그 사람의 특성과 그에 따른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미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예상한 대로의 반응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해석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이 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소중한 내 시간을 재밌고 즐겁게 보내기도 아까운데, 부정적 생각 알고리즘을 끊지 못해 순전히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완전히 나의 손해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20대 때는 조금 더 감정적이고, 화가 많은 상태였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았다. 지금 생각하면 미숙하고, 불안한 상태였다. 그 감정들도 사실 나의 부정적인 해석에서부터 생겨난 것들이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 연습들을 통해서 더욱 감정을 컨트롤하고, 내 감정으로 인해 타인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성숙한 사람이 될 것이다. 반대로 감정적인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아직 미숙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내가 다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국 연습이다. 외부 사건을 해석하는 내 마음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화가 나는 상황이 와도 잠깐 멈춰서 '이것도 내가 만들어낸 감정이구나' 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진정한 성숙하고 긍정적인 어른이 되는 것이다.
매일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내 마음의 호수에 빈 배 하나가 떠내려와 부딪혀도, 그저 물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