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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의 해피레터 Sep 18. 2022

열네 번째 레터 : 난 몰랐어 언어가 이리 다채로운지

2022-09-11 발송 레터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사람들은 화려한 어휘와 수려한 표현이 들어간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논술 학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에 중요한 건 '정확한' 어휘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한 표현이 많이 들어간 글이라도 그 글을 이루는 어휘들이 잘못 쓰이는 순간 그 글은 힘을 잃는다. 그 글을 읽어내야 하는 독자들이 오독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학원은 책을 읽기 전에 그 책에서 나오는 단어 공부를 시킨다. 단어 공부를 함께 하다가 한 아이가 '어! 저 이 단어 알아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단어 유튜브에서 봤어요.'


나는 어릴 때 단어를 주로 동화책으로 접했다면, 요즘 아이들이 단어를 많이 접하는 곳은 유튜브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쓰는 단어와 내가 쓰는 단어에 간극이 생길 때가 있다는 걸 느낀다.


한 중학생인 햇살이에게 '사치를 부리다' 뜻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사치를 부리다'는 예를 들면 선생님의 월급이 10만 원밖에 안 되는데, 생일날 10단 케이크를 주문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보석을 사는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단어 공부를 마치고 햇살이에게 '사치를 부리다'의 뜻이 뭔지 설명해달라 요청했다. 아이는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 플렉스하다?'


'사치를 부리다'라는 단어가 이렇게 간단하게 세 음절로 축약될 수 있다니. 사실 나는 중학생 햇살이가 '사치를 부리다' 뜻을 알지 못하는 것에 내심 의아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중학생 햇살이와 그 또래에게는 '플렉스'라는 단어가 있으니 '사치'라는 단어를 잘 안 쓸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기 전에 이렇게 아이들에게 단어 공부를 시키는 이유가 있다. 만약 햇살이가 '사치'대신 '플렉스'라는 단어를 넣어 글을 쓴다면, 햇살이 또래들은 어렵지 않게 그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단어를 모르는 어떤 연령대의 독자들은 글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햇살이의 글은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없고, 좁아진 독자들에게만 당도하게 된다.


인터넷 용어를 단어처럼 사용하다가 생기는 간극은 아이들만 경험하는 게 아니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랬던 일이 있었다. 해피레터를 처음 오픈할 때 나는 해피레터 소개란에 이런 규칙을 달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해피레터를 연중(*연재중지의 줄임말)할 수 있다'


그렇게 써놓고도 한동안 뭐가 문제인지 모르면서 지냈다. 내가 존경하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께 해피레터 소식을 알리기 전까지 말이다. 국어 선생님께 이렇게 연락이 왔다.


 선생님의 말씀 뜻을 처음에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연중'이라는 말을 네이버 사전에 검색했다.



'연중'이라는 단어의 뜻은 ‘한 해 동안 내내’이다.  


나와 친구들은 웹툰이나 웹소설을 많이 보기 때문에 '연중'(연재중지)이라는 줄임말을 단어처럼 늘상 썼다. '그 웹툰/웹소설 연중했어. 너무 아쉬워.'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마 내 친구들이 저 문항을 보았어도 딱히 지적을 안 해주었던 건, 규칙을 읽었을 때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연중은 줄임말일 뿐 단어가 아니다. 엄연히 존재라고 있는 '연중'이라는 단어의 뜻을 넣어 해피레터의 규칙을 읽어보면 상당히 어색해진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단어의 뜻을 가르치는 걸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다. 동화책이라고 해도 내가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꽤 많다. '효성' '지극하다' '정성' '극진하다' '경멸' '하염없이' '경박하다' 등등.. 아이들이 단어 뜻을 물어보면 전에는 내 머릿속에서 알고 있는 뜻으로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연중' 사건 이후부터는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뜻이 그 단어가 맞을까?'라는 생각에 꼭 아이와 함께 사전으로 검색해본 뒤 뜻을 설명해준다.


정확한 어휘를 알고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절감하는 이유가 또 있다. 자신이 쓰는 어휘가 생각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학원에 첫 수업을 하러 온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를 위해 책 <형광 고양이>를 골라놓았다. 형광 고양이는 내가 좋아하는 책이기 때문에 첫 수업에 온 아이가 책을 재밌게 읽기를 바랐다.


 <형광 고양이>

불길한 빨간 털을 가졌다는 이유로 빨간 고양이는 동료 고양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어느 날 빨간 고양이는 형광색 페인트로 형광 고양이가 된다. 빨간 고양이가 형광 고양이가 되자

동료 고양이들은 겉모습만 보고 형광 고양이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한다.

착한 형광(빨간) 고양이가 인기가 많아질 무렵, 빨간 고양이가 형광 고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동료 고양이들은 착한 형광 고양이가 자신들이 따돌린 빨간 고양이었다는 걸 알고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한다.



책을 다 읽은 햇살이가 독서 감상문을 쓰기 어렵다고 했다. 내가 웃으면서 책의 줄거리 요약부터 해보자고 했다. 햇살이에게 책은 어떤 내용이었냐고 묻자 아이가 이렇게 답했다.


“빨간 고양이가 형광 고양이가 된 뒤, 자기를 무시하던 고양이들을 참교육시키는 내용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정말로 놀랐다. 햇살이는 아마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꼭 써서 문장을 완성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쓰인 순간 책의 원래 내용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의미가 문장에 담기게 되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동료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먼저 깨닫는다. 그리고 형광 고양이에게 먼저 사과를 건넨다. 아이가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자 아이의 머릿속엔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는 동료 고양이들도 사라지고, 그런 동료 고양이들을 용서해주는 마음 넓은 빨간 고양이도 사라져 주인공이 복수에 성공하는 메시지만 남을 뿐이었다.


나는 햇살이가 이 책의 내용을 ‘빨간 고양이가 참교육하는 내용’이라는 문장으로 정의한 채 집으로 갈까 두려워졌다. 책의 내용은 그것이 진실이 아닐지라도, 아이의 머릿속에 책이 저 문장으로 정의가 되는 순간 아이의 기억 속 책은 왜곡될 것이 뻔했다.


이날 수업 이후로 인터넷 언어와 밈은 우리의 사고를 아주 쉽게 진실과는 다른 방향으로 꺾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슬픈 사실은, 머릿속에 인터넷 용어와 밈으로만 가득 차 있으면 아이들이 쓸 수 있는 소통의 도구도 그게 전부라는 것이었다.


햇살이는 한동안 수업 중에 여전히 인터넷 용어를 계속해서 썼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을 중점으로 독서 감상문을 쓰기’ 시간에 아이에게 좋아하는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설명하게 했다. 아이는 주인공인 욕심쟁이 딸기 아저씨가 이웃에게 처음으로 수박을 선물 받았을 때 장면을 골랐다. 아이는 그 장면을 나에게 이렇게 묘사했다.


사진 출처 YES24


“아저씨가 수박을 받고 '뇌정지'가 왔어요.”


나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뇌정지’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주인공 아저씨가 느꼈을 감정을 단어로 표현해보자고 말했다. 햇살이와 나는 동화책 속 아저씨의 표정을 살펴보며 단어들을 하나씩 꺼내 보았다.


놀랍다, 당황하다, 황당하다, 의아하다, 혼란스럽다, 마음이 어렵다, 어쩔 줄 모르다....


하나하나 그 뜻을 설명해주면서, 햇살이가 하나의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다채롭게 쏟아지는 단어들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햇살이가 앞으로 ‘눈물이 날 만큼 기뻐서 놀랄 일’도 겪을 수 있고 또는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놀랄 일’도 마주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 그 감정을 단순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뇌정지’라는 단어로 대신하지 않길 바랐다.


우리 햇살이들은 책을 읽고 나면 기록장에 책에서 좋았던 장면이나 문장을 골라 써야 한다. 그러면 나는 햇살이가 책 속에서 이 문장을 고른 이유를 꼭 물어본다.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냥 책 속의 짧은 문장을 기계적으로 옮기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몇몇 아이들은 이 과정을 정말 싫어해서 차라리 다른 활동을 먼저 하겠다고 하기도 한다. 어떤 햇살이는 볼멘소리로 물어보기도 한다. 이 과정을 왜 거쳐야 하고, 선생님은 왜 꼭 이유를 물어보시냐고 말이다.


그 이유를 여기서 밝히자면, 이 과정이 내가 봤을 때 ‘글쓰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먼저 아는 것. 그 이유를 나의 머릿속에 있는 단어들로 표현하는 것. 왜곡된 단어를 쓰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수록 선생님도 ‘내가 왜 이 장면과 문장이 좋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선생님도 아이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면 아이는 ‘이 장면을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 또는 ‘내 의견을 선생님도 맞다고 해주셨어’생각할 수 있다. 나의 언어를 통해 나이를 초월해서 상대와 통하는 경험,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글쓰기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글이라는 건 결국 ‘읽어주는 이’가 있어야 완성된다. 만약 정말로 나만 읽을 일기를 쓰는 거라면 ‘뇌정지’ ‘참교육’ ‘플렉스’ 이런 단어를 써도 괜찮다. 어차피 그 글을 쓴 건 나이기 때문에, 그 단어의 뜻을 나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이라는 건 결국 내 생각을 타인에게도 공유하고픈 욕구에서 시작된다. 나와 다른 경험, 환경, 조건을 가진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글.


틱톡, 인스타, 유튜브 쇼츠 등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독자는 줄글을 굳이 읽어 내려가 준 사람들이다. 작가가 혼자서 생각의 땅굴을 글로 팠을 때, 그 생각의 궤로를 능동적으로 쫓아와 준 이들이 독자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당신의 생각이 알고 싶다고 찾아온 독자님들에게 정확하지 못한 단어나 표현을 써서 그들을 헤매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확한 단어로 단단히 잘 쌓아 올린 글은, 나와 얼굴도 못 본 타인마저도 통하게 한다는 걸 믿는다.


여기서 글이라는 건 꼭 형식이 갖춰진 줄글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많이 쓰는 카카오톡도, 마음을 담은 편지도, 내 일상을 공유하는 sns 피드도 결국엔 다 글이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햇살이들에게 부지런히 자신이 좋아하는 문장을 찾게 시키고, 단어 공부를 더 꼼꼼히 시킬 것이며, 올바르지 않은 표현은 교정해주고, 아이의 감상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표현을 추가로 알려 줄 것이다.


네 머릿속에 단어들이 더 많아질수록

네 생각이 더 깊어지고, 네 감정의 결이 층층이 다채로워질 수 있다는 걸 아니까.


그리고 앞으로 네가 정말 닿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그 사람에게 정확히 네 생각과 감정을 전할 수 있게.





Q.

당신에게 기억에 남는,

글로 타인과 소통한 경험은 무엇인가요?






<해윤의 해피레터 비하인드>

피드백으로 좋은 질문을 받아서 비하인드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보려고 합니다! ㅎㅎ


일단 편집자 친구에게도 물어봐서 다양하게 책 추천을 받았습니다. (무려 교정교열 일을 전문으로 하는 편집자가 추천해주는 책~★)


1) 맞춤법 지키기 (편집자 픽!)


책쓰자면 맞춤법 : 띄어쓰기는 학원 강사인 저도 헷갈릴 때가 정말 많은데, 편집자 친구가 도움을 받았다 보면 맞춤법 공부 책으로는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



2) 간결한 문장 만드는 법 (편집자 픽!) : 좋은 글쓰기의 핵심은 정확한 문장!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은 가독성이 정말 중요해요. 간결한 문장을 만들기 좋은 책이라고 합니다.


3) 편집자의 단어 공부 팁

친구에게 브런치에 올리는 거 허락 받은 뒤, 친구가 추가로 더 추천해줬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해윤의 방법 :D


1) 내가 아는 단어가 그 단어가 맞을까? 의심하고 사전 적극적으로 찾아보기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이런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아이들이 막 '헤아리다'가 뭐에요? '한계'가 뭐예요 하고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를 물어보는데, 제 머릿속에 있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더라고요. 제가 설명해주다가 문득 이상하다 싶어서 사전으로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제가 알고 있는 단어의 뜻이 아닐때가 꽤 있었어요. 뭐든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상에서 대화하거나, 카톡하거나 글을 쓰다가 '어? 이 단어가 내가 아는 그 단어 뜻이 맞을까?' 의심하고 궁금해하시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네이버 사전을 쏠쏠히 이용하고 있는데요. 네이버 사전을 핸드폰 화면 홈에 추가해뒀어요! 사전을 보면 뜻도 알게 되지만, 네이버 사전이 유의어나 반의어들도 같이 띄워줘서 단어들을 더 풍부하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앞에서 편집자인 제 친구가 시집을 읽는 것도 추천을 해줬는데요. 사실 저는 시집을 잘 읽지는 않아요 저에게 어려워서..ㅎㅎ 그런데 단어를 의심하는 습관이 생기니까, 시집을 읽을 때도 '제목'의 단어 뜻을 사전에 자주 검색해보게 되었어요. 시인이 아는 단어와 내가 아는 단어가 정확하게 일치할까? 궁금해하며 검색한 뒤 시를 읽어보면 읽는 재미도 배가 되더라고요. 한번 시를 이렇게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2) 글쓰기


저는 근데 단어량을 늘리는데는 글쓰기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평소에 대화에서 쓰는 단어들은 한계가 정해져 있잖아요? ㅎㅎ 그런데 글 쓰기를 하면 결국 독자에게 닿고 싶고, 더 정확하게 내 뜻을 전달하고 싶은 거기 때문에 단어에 더 많이 힘을 쏟고 고민하게 되거든요.


저는 오늘만 해도 글을 쓰면서 '홀홀단신'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어?' 싶어져서 부랴부랴 사전에 검색해봤거든요. 홀홀단신은 '혈혈단신'의 비표준어라고 합니다.. 세상에나..^q^ (그런데 사실 평소엔 말하면서 이런 단어들을 잘 쓰지는 않잖아요? 제가 대화하면서 홀홀단신이라고 말해도 상대들은 다 알아들을테니까 굳이 그 비표준어를 지적하지도 않을 거고요.)


질문자님께서 글쓰기를 할 때 단어를 고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으시는 게 고민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런데 저는 그게 정말 귀한 공부를 하고 계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이 있어야만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ㅎㅎ



3) 내가 좋아하는 기사 특집 취향 생기기, 기사 스크랩 하기


저만의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 스크랩 북이 떠올랐답니다. 사실 책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요즘 바쁜 사회에서 두꺼운 책 하나를 진득이 읽기 쉽지 않잖아요? 출퇴근길에 읽고 싶어도 두꺼운 책을 들고다니기 부담스러운 것도 있을 것이고요. 저는 출퇴근길에 짬짬이 신문 기사를 읽어요. 기사의 좋은 점은 일단 정확한 어휘를 쓰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비문 없으면서 가독성 좋은 간결한 문장들을 쓰죠. 그리고 내용의 전문성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질이 좋아요. 사회문제를 다면적으로 보게 되는 지혜도 길러줍니다.


기사들을 많이 읽다 보니 제 취향의 신문사나 기사들도 생겼어요. 좋은 특집이 있으면 구독도 하고, 뉴스레터도 많이 받아 읽어서 뉴스 기사들을 자주 접할 수 있게 해주면 좋은 것 같아요. 구독을 하면 네이버 상단에 제 취향인 기사들을 상단에 띄워줘서 편하더라고요!


뉴스 기사하면 딱딱한 시사 지문을 떠올리시기 쉬운데요. 인터뷰라던가, 고전을 분석한다던가, 에세이 등 재미있는 기사들이 정말 엄청 많아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나 [남기자의 체험리즘] [고전을 말한다] 시리즈는 정말 재밌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줘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의 가장 최근 기사가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인데요. 어때요 벌써 너무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제 취미 중 하나는 기사를 읽고 정말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메모지에 필사를 하고 노트에 붙여서 모아두는 거예요. 일종의 스크랩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사실 스크랩이라고 거창하게 부르기엔 굉장히 소소하지만요) 원래는 좋은 대목이 있으면 화면 캡쳐를 많이 했어요. 근데 이렇게 캡쳐를 한번 '찰칵'한 뒤에 다시 찾아보지 않더라고요. 핸드폰을 바꾸면 데이터가 날아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직접 적기 시작하니까, 새로운 내용을 적을 때마다 전에 쓴 내용을 펼쳐보면서 더 자주 구절을 읽게 되더라고요. 핸드폰을 바꿔도 이 노트는 제 책상에 있으니까 잃어버릴 일도 없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사 두개를 소개할게요. 한 기사는 너무 좋아해서 구절을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기사에요. 첫번째 기사 덕에 스크랩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치매로 기억 사라져도 행복감 남아... 뇌는 우리 말 잘 듣는다” - 조선비즈 -

https://biz.chosun.com/notice/interstellar/2022/06/11/DLQSCLVY2BCN7M5A5HHNBTQ2YM/


두 번째 기사는 삶이 쳇바퀴 같을 때, 똑같은 고된 노동을 반복하며 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지?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좋은 기사입니다. 최근에 제가 좀 번아웃 조짐이 있는데 이 기사를 읽고 위안을 얻었어요.


카뮈가 말한다 '비극은 자각해야 할 운명'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83117370000891?did=NA


제가 아는 선에서 열심히 답변을 드려보았는데요. 부디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실 때, 풍부한 단어들로 자신의 결을 섬세하게 드러내실 수 있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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