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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짱 Jan 20. 2016

[하루 한 편 구비구비 옛이야기]

불효 남편 길들인 며느리

한 홀아비가 촌에서 살면서 아들을 열심히 가르쳐 면사무소에 취직시켰다. 덕분에 며느리도 좋은 사람으로 들이게 되었는데, 아들은 퇴근해 오면 아버지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며느리 방에만 쑥 들어가 버리곤 하였다. 하루는 아버지가 출근하는 아들에게 오늘 어디 문상을 가야 하니 여비를 좀 주고 가라고 했다. 그러자 아들은 돈 하나도 없다고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나가 버렸다. 며느리가 부엌에서 그 소리를 듣고는, ‘오늘 아침에도 책상 서랍에 돈 넣어두는 것을 보았는데.’ 싶어서 대문 밖에 나선 남편을 쫓아나갔다. 그리고 오늘 파마 하고 친정에 갔다 오려고 하니 돈 좀 주고 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남편은 두 말 없이 돈을 꺼내주었다. 며느리는 그런 남편 모습을 보고는 작정을 하고, 그날 남편이 퇴근해 들어올 때쯤에 아들 둘을 세워 놓고 회초리로 마구 때렸다. 남편이 들어오다 보고 깜짝 놀라, 평소에 안 그러더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이들을 패느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며느리는 “이 아이들도 키워 놓아 봤자 역시 당신 닮고 날 닮을 테니 이것들을 아주 혼을 내놓고 나는 나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살게 해야겠어요. 내가 여기 보따리도 싸놓고 딱 요것만 가지고 가버릴 테니 그리 아세요.” 하면서 또 아들들을 마구 패는 것이었다. 남편이 대체 왜 이러나 생각하다가, 오늘 아침 일을 떠올리고 그 일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었다. 며느리는 자신이 달라고 할 때는 아무 소리 없이 주었는데 어른이 달라고 할 때는 안 드리는 것을 보니까 아들들도 뻔히 아비 닮아 버르장머리 없는 사내가 될 것이니 열심히 키워봐야 뭐 하겠느냐며, 각자 자기 타고난 복대로 살게 그만 헤어지자고 하였다. 남편은 그 소리를 듣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였다. 며느리는 그렇다면 한 번만 더 참아 주겠다면서 보따리를 장롱 안에 넣었다. 아버지는 문상 갔다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왔는데, 아들은 아버지가 대문 안에 들어서자 정중하게 인사하고 방으로 모시고는 방이 따뜻한지 여쭈었다. 그 이후로는 여름이면 덥지 않은지, 겨울이면 춥지 않은지 연신 살피고 철마다 옷을 해드리며 아버지를 잘 보살폈다. 아버지는 아들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니까 ‘저놈이 전에는 안 그러던 게 날 죽이려고 저러는가 살리려고 저러는가?’ 싶었지만 아들이 아주 길이 딱 들어서 잘해주니까 이후로는 편하게 잘살게 되었다. 며느리가 아들을 그렇게 효자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한국구비문학대계] 7-7, 480-482면, 강구면 설화42, 불효 남편 길들인 며느리


남자분들 좀 찔리시는지요? 아니면, 좀 억울하실까요?^^ 보통 옛날이야기에는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 이야기도 많지만, 이렇게 며느리의 효성 내지는 기지를 칭찬하는 이야기도 많답니다. 역시 여자를 잘 들여야 집안이 잘 선다는 가부장적 가치관을 확고히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요...마는... 여자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도 있지요. 남자는 역시 애 같아서 똑 부러지게 가르쳐야 말을 듣는 족속이지 않겠어요? (돌 날아오는 소리 들립니다..ㅋ)

한편으론, 남편이 저렇게 단박에 말을 잘 듣게 된 데에는 부인을 아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겠지요? 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면, 애초에 문제를 해결할 여지조차 없었을 것이에요. 부인이 어떻게든 이 남편에게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고 잘 지내보려고 했기 때문에 방법을 고안하게 된 것일 테고, 그 참에 아이들에게도 버르장머리를 가르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달까요. 어느 한쪽에서 시작된 일방적인 힘만으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상대가 그것을 받아주었을 때에야 효과를 보지요. 관계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대의 속성도 뒷받침이 되어야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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