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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짱 Jan 25. 2016

[하루 한 편 구비구비 옛이야기]

네 자식도 떨어봐라

옛날에 홀아비 하나가 아들 하나 데리고 살고 있었어. 어찌어찌 하여 며느리를 보고 손자도 보게 되니 이 할아버지, 손자가 어찌나 귀여운지 무척 애지중지하며 키웠어. 아들 며느리 밭일 나간 사이에 할아버지가 아이를 돌봐주면서 끼고 앉아서 글도 가르치고 말야. 아이가 너댓 살쯤 되었을 땐데, 어느 날 아이 아버지가 아침에 보리밭에 거름을 주느라고 나갔다 와 보니 아이가 대문 밖에서 옷을 홀딱 벗고 덜덜 떨며 서 있는 거야. 아이 아버지가 깜짝 놀라서 아이한테 왜 이러고 있냐고 하니까, 할아버지가 글을 가르치다가 아이가 말을 안 듣고 공부도 못 한다고 벌주느라 그런다는 거야. 아이 아버지는 화가 났지. “내 자식 떠는데 네 자식도 한번 떨어보자!” 하고는 자기도 옷을 활딱활딱 벗고 아이 옆에 서서 “아부지, 함 보소.” 하고 소리쳤대. 그렇게 아이랑 아버지가 동지섣달 추운데 벌벌 떨고 서 있더란다. [한국구비문학대계] 8-9, 1055면, 상동면 설화66, 자식 사랑/ [한국구비문학대계] 8-12, 466-467면, 언양면 설화21, 바보 아들


오늘은 영하 13~14도 정도로 어제보다는 4~5도 높아졌다고 조금 ‘포근’하겠다고 하더군요. 이 엄동설한 추위에 사랑하는 자기 자식을 홀딱 벗겨 밖에 세워놨다고 하면 아무리 아버지가 한 일이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이 아들, 아버지한테 복수한답시고 하는 행동이 “네 자식도 떨어봐라.” 하는 것이었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내 자식 떠는 것 보니 내가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너도 한번 똑같이 당해봐라, 하는 심보지요.

이 아들이 자기 아버지도 자신을 그런 마음으로 키웠을 것임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부모이면서 자식이기도 한 역할,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부모가 되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녀 입장에서 보는 데 더 익숙한데요, 제 입장에서는 우리 부모님도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내 부모로서만 보았을 때보다 좀 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옛날 시골 어르신들은 굉장히 강하고 억압적이잖아요. 그런 부모님 밑에서 막내라 별로 사랑도 많이 못 받고 자라신 분들이었으니 되레 자식들한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도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요. 옛날 시골에서는 막내는 완전히 천덕꾸러기랍니다. 맏이를 위해 희생당하는 급이지요. 두 분 다 결혼하실 때 집에서 수저 한 벌 못 받고 맨몸으로 나왔다고 하시니 그 고생을 제가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그러니 저는 그저, '죽어 지내는 지혜'를 발휘해볼까 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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