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넘은 감나무 문 넘은 팔뚝
옛날에 양반집과 상놈집이 서로 담을 맞대고 살고 있었다. 상놈 집에 감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감나무 가지가 양반집 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그러니, 감나무에 감이 열리면 양반 집에서 다 따먹고 상놈 집에서는 감을 먹지 못했다. 상놈 집 아이가 어느 날은 벌겋게 열린 감들을 쳐다보고 있다가 물었다. “아버지, 감이 저 집에 저렇게 넘어가 있어도 감나무는 우리 집에 있는 건데 왜 우리는 감을 못 먹어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하니? 우리가 세도에 눌리니까 줄 수밖에.” 아이는 양반집을 찾아가서는 대뜸 양반의 방 문구멍으로 주먹을 콱 들이박았다. 그러고는 “대감님! 이 팔뚝이 누구 팔뚝입니까?” 하니 대감이, “이놈아 뉘 팔이긴 뉘 팔이여?” 하였다. 그러자 아이는 “대감님! 그러면 저 감나무는 우리 집 것이지 않습니까.” 하고는 감을 전부 따왔다. [한국구비문학대계] 3-1, 467-468면, 소태면 설화1, 아이의 재치(1)
경계를 생각합니다. 이쪽과 저쪽. 이쪽에 있는 것과 저쪽으로 넘어가 있는 것. 한편으로는 저쪽에 넘어가 있으니 내 것이 아니다, 해버리면 좀 편하게 살 것도 같고. 네 쪽으로 넘어가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원래 뿌리는 나에게 있다, 하면 그거 주장하고 찾으려고 애써야 할 테니 좀 피곤할 것 같은 거죠. 마음 주는 게 그런 거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을 바라볼 때, 뿌리는 내게서 시작되었으나 담 넘어 가버린 가지의 열매는 그쪽에서 따 먹어요. 난 주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본디 내 것인데, 이런 생각을 언젠가는 하게 되지요. 저쪽에서 너무 당연하게 그 열매를 따먹고만 있을 때요. 어쩔 수 없이, 뿌리는 내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거예요. 내 마음의 소유권은 내게 있으니, 잠시 네게 넘어갔더라도 감사히 받을 줄 모른다면 가차 없이 거둬들일 수 있어야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