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과 분주함의 차이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자.

by 해피러브

요즘 하는 일이 많다.

공동저서 출판을 위한 글쓰기 모임이 주 1회, 도서관 봉사 주 1회, 화요중보 기도회 드럼연주 섬김 주 1회, 구역 예배 주 1회 등.

매주 1 회지만 매일 1회 나가는 듯 ^^

이뿐 아니라,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책도 읽고, 다양한 글쓰기 작업도 한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


사람들과 대화 나누다 보면,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된다.

"우리 만나서 밥 한번 먹자~"

나는 언제든 좋다고 말하지만 상대방은 이어서 "요즘도 바빠?"라고 물어본다.

나는 바쁘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제일 쑥스럽고 민망하다.

괜히 바쁜척하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서 그렇다.

"나는 바쁜 게 아니고 분주한 거예요~"

라고 말했다. 상대방이 나에게 "바쁜 것과 분주함의 차이가 뭐야?"라고 물었다.

나는 곧바로 "돈을 버느냐와 안 버느냐의 차이죠~"라고 말했다.

상대방은 나에게 "하하 그럼 나도 분주한 사람이네~"라고 화기애애하게 대화한 후 헤어졌다.


집에 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 봤다.

분주함... 돈이 되지 않는 일...

나는 스스로 돈이 되지 않는 일로 분주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나의 하루, 일주, 한 달은 돈과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와 신앙과 의미가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말을 뱉고 나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 짧은 농담처럼 던진 말속에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들이 묻혀버렸다.

새벽 예배, 말씀 묵상, 교회 봉사, 축복의 통로(장애인 주간 보호시설) 이용자님들의 보호자 공도저서 봉사.

수입으로 환산되지 않으니 그것들은 내 말대로라면 그냥 '분주함'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 의미 없이 허비한 시간처럼.

하지만 나에게 그 시간들은 그 무엇보다 충만한 시간이다.

새벽 네 시에 눈을 뜨고 기도 자리에 앉는 것, 예배 가운데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 작은 봉사 하나에 마음을 쏟는 것. 이것들은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없어도 내 하루의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어준다.

나는 왜 나를 그리도 뭉개 버렸을까?

단지 바쁘냐는 질문에 너무 바쁜 척하는 사람, 어딘가 교만해 보이는 사람으로 비칠까 봐 그 말 대신 '분주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나의 모든 행동을 정신없고 산만하게 움직이는 목적도 없는 허무 맹랑한 부질없는 사람으로 몰락시켜 버린 것이다.

나는 푼수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오늘 많은 반성과 말의 신중함에 대해 생각했다.


바쁘냐고 물으면 그냥 바쁘다고 하면 된다.

그게 뭐가 교만이라고.. 스스로 겸손 콤플렉스에 걸린 건 아닌지..

바쁘다는 말 한마디가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나는 그 말 하나를 피하려다가 나의 하루 전체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생각해 보면 참 우습다.

겸손하게 보이려다가 오히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 자신인데, 내가 나를 제일 함부로 대한 셈이다.

누군가 "요즘 바빠?"라고 물으면 그냥 "응, 바빠"라고 하면 된다.

그게 교만이 아니다. 내 시간이 가치 있다는 것을 내가 먼저 알고, 내가 먼저 인정하는 일이다.

교만은 나를 높이는 것이고, 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겸손은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라고 했던가.

나는 오늘 스스로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내 하루는 바쁘다. 그리고 그 바쁨은 충분히 바쁠 만한 이유가 있다.


다음에 누가 물으면, 그냥 바쁘다고 할 것이다.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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