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일곱 살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날 이후로 내 안에는 하나의 질문이 심어졌다.
나는 누구지?
그 질문은 금방 사라지는 아이의 궁금증이 아니었다.
답을 찾지 못한 채 내 안에 오래 남아 계속 나를 밀어내는 작은 균열 같은 것이었다.
그 전의 나는 노란 원피스를 입고 뛰어다니던 아이였다.
엄마가 물들여준 노란색은 따뜻했고, 안정감이 있었고, 세상은 그저 편안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 말 한마디 이후로 세상은 갑자기 달라졌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일까?
나는 진짜 사랑받는 사람일까
나는 어디에서 온 걸까
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혼란, 의심,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
나는 그 결핍을 없애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
잘 살고 싶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노력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질문을 깨달았다.
질문은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나를 깨어 있게 만든 힘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 질문 덕분에 그냥 살지 않았다.
삶을 그냥 넘기지 않았고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고 의미를 찾으려고 미칠 것 같은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결국 모든 고통이 모여 하나의 길이 되었다.
나는 글을 쓰면서 비로소 숨이 쉬어졌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누군가가 정해준 내가 아니라 내가 나를 정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칠십이 되어 나는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쓰는 사람이다.”
어릴 적 나는
‘주워온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았지만
지금의 나는 불안에서 찾아낸 삶을 써 내려가는 사람이다.
이제 나는 지난날 정체성의 결핍이 고맙다.
그 혼돈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까지 나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사랑하며 간절하게 쓰지 않았을 것이다.
정체성에 대한 평생의 허기는
어쩌면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기 위해 먼저 와 있는 손잡이였는 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에 이젠 이렇게 대답한다.
"지금의 내가 바로 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