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선을 긋는다

5회 : 오늘 날짜를 적으세요

by 해피마망


그림 가방을 들고 집을 나오면서 설렘과 불안감을 함께 느꼈다.

오늘은 좀 더 자신 있게 그릴 수 있을까

비율이 맞지 않는 구도를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

마음속 질문은 길게 이어졌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집에서 단 한 번도 펜을 잡지 못했다.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그림 앞에서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 선은 여전히 거칠고 두꺼웠다.

윤곽은 다듬으려 할수록 더 일그러졌고, 명암을 넣으려 할수록 선은 더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볼펜으로 그린 그림은 지울 수 없으니, 결국 끝까지 밀고 가야만 한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면, 끝까지 그려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거, 끝까지 가보자!'


볼펜 그림의 매력은 바로 그 '지울 수 없음'에 있다.

없는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도화지 위에 삶이라는 선을 긋는다. 거기에는 곧게 뻗은 선만 있지는 않다.

나는 질곡의 날들을 살아오면서, 내 의도에 맞게 선을 그은 게 과연 얼마나 될까.

매 순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며 집중한다 해도 그것이 언제나 옳은 길이기만 했는가.

비뚤어진 선도 그리고, 짙은 후회의 흔적을 남기기고 하고,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굴곡진 선을 지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결국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가.

그런 질곡의 순간들을 겪으며 나는 그렇게 내가 되지 않았던가.

'이건 내가 아니야. 나는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

부정하고 싶은 그 모습마저도 내가 아닐 수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바른 선을 긋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선을 이어가는 것이다.

삐뚤어진 선은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고, 굴곡진 선은 그 이면의 빛을 더 선명하게 돋보이게 하는 바탕이 됨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포기하지 않고 끝내 완성에 다다르는 것, 그 과정이야말로 내 인생에 대한 가장 영웅적인 태도가 아니겠는가.


그날 사람들은 테이블에 모여 저녁을 나누었지만, 나는 저녁으로 싸 온 고구마 한 조각을 먹으면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비장한 마음은 간절한 마음이 되어서 나는 계속 그렸다.


"이 정도면 완성이에요. 이제 그만하셔도 되겠어요"


그 말에 깜짝 놀라 순간 멈칫했다.

언제 왔는지 옆에는 선생님이 서 있었다.

'이게 완성이라고? 정말?'

'완성'이라는 말에 어쩐지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스쳤다.

내가 보기엔 부족함투성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그려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기뻤다.


"네, 잘하셨어요. 그만해도 돼요.

밑에 오늘 날짜를 적으세요."


화실의 사람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오! 첫 그림인데 잘 그렸네요."

"윤곽이 살아있네요. 선에 힘이 있어요."

그들의 칭찬이 쑥스러웠지만, 그림 밑에 날짜를 적었다.

마치 사인을 하듯 숫자를 적는 손이 떨렸다.


나는 오늘,

굴곡졌던 나의 선 위에

'완성'이라는 이름을 새겨주었다.


한 편을 완성하고 나니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좀 더 선명하게 알 거 같았다.




완성된 해골










"서툴러도 괜찮아요, 인생도 드로잉도"



해피마망의 드로잉 에세이 :

'수요일은 선을 긋는다'는

매주 토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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