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밤

밤에 흘린 시 한 장

by 해피마망


사월의 그 밤,

그 벤치에 앉아 있었어.


여덟 시가 지나고

열 시가 지나고,

너와의 약속이 한참을 지나도

나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지.


숨이 가빠와

번을 일어나 달리기도 했지만

다시 돌아와 앉았어.


건너편 벤치에는 남녀가 앉아있어

여자는 남자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큰소리로 웃고 있어

순간, 남자가 여자를 끌어안고

여자의 웃음소리는 멈춰버렸어.


나는 고개를 돌렸어

은 한숨 사이로

너와의 시간이 흩어져 나왔고

물안개처럼 축축한 너의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봐.


나는 알지

그 눈동자에서 이내 물방울이

떨어지리라는 걸.

널 만나고 돌아오는 길엔

애꿎은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히며

묻곤 했어

왜 그래야만 했을까 너는

왜.

.

.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빈 벤치 위엔

가로등 불빛이 어설프고

내 가슴속에선

새하얀 벚꽃잎이

흩어져 날렸어

마치 너처럼.









* 해피마망의 단편 시


밤에 흘린 시 한 장은 제 마음을

시로 기록해 두는 작은 공간입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숨결 같은 글이지만, 누군가의 밤에도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수요일엔 선을 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