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삶이 그리는대로 (완결)

- 나만의 걸작품으로

by 해피마망


볼펜으로 그린 선들은 나였다.


볼펜 드로잉을 배우며 보낸 몇 달의 시간은 결국 나를 그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선을 긋고, 명암을 넣고, 한걸음 물러서 바라보는 동안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떨렸던 손끝이 조금은 안정되고,

어긋난 선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채워야만 안심했다.

하얀 여백이 불안했고,

비어있는 공간은 결핍 같았다.

하지만 지울 수 없는 그림을 그리며 알았다.

모든 것은 한 선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며 다 그려야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걸. 남겨둔 여백은 그림을 숨 쉬게 하고, 남겨둔 침묵은 이야기를 더 선명하게 한다.


여백은 모자람이 아니라 기다림이었다.

선을 멈추는 순간에도 그 안엔 아직 따뜻한 손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내가 끝내지 않은 한 그림의 여백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 선을 위한 숨 고르기였다.

삶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를 멈추거나 그만두었을 때마다 나는 실패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 멈춤이 있었기에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멈춤은 끝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호흡이었던 것이다. 단지 시간이 좀 더 필요했을 뿐.


집에 돌아와 완성된 그림을 바라본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 안에는 내 시간이 묻어있다. 지우지 못한 선들, 덧그린 명암,

그리고 그 사이의 조용한 여백들...

그것들이 모여 그림을 만들고 나를 만든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잘 그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앉지 않는다.

손끝이 흔들리면 흔들린 대로, 빛이 바뀌면 바뀐 대로,

그렇게 삶이 나를 그리게 놔둔다.


언젠가 한 장의 그림처럼 내 인생도 완성될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때까지 나는 계속 그릴 것이다.

때로는 진하게, 때로는 희미하게.

그리고 그 선들 사이에 한줄기 여백을 남겨둘 것이다.

그 여백은 나의 숨이고, 다음 선을 부르는 침묵이니까.


서툴러도 괜찮다. 인생도 드로잉도.

멈추지 않고 그려나가는 한,

잘못 그린 선은 없다.

얼마든지 다른 선으로 덮어서

더 깊은 명암으로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


선위에 선을 그리며,

여백에 인생을 채우며,

우린 모두 단하나의 걸작품으로

완성되어 간다.


선을 긋다







작가의 말


"볼펜으로 그린 선들은 모두 나였다."


선을 긋는 일은 언제나 두려웠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삶이 조금씩 나를 그려주었다.

비뚤어진 선도, 흔들린 그림자도,

이제는 내 일부로 받아들인다.

완벽하진 않아도 괜찮다. 지워지지 않기에, 그 위에 다시

그릴 수 있으니까.


드로잉을 통해 배운 건 기술이 아니라 용기였다.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볼펜 선처럼 얇고 투명하게, 그러나 진심으로,

남은 인생의 선을 그리고 싶다.


서툴러도 괜찮아요. 인생도 드로잉도.

오늘도 나는 나의 선을 긋는다.



지금까지 해피마망의 드로잉 에세이,

'수요일은 선을 긋는다'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서 처음 시작한 연재글이었어요.

연재글이 처음이 듯이 드로잉도 처음이어서

그림과 글을 함께 올리는 게 참 어설프고 바쁘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래도 예정했던 10화까지 무사히 마치게 되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제가 더 좋은 작가로 잘 자랄 수 있도록,

계속적인 관심과 도움말씀을 많이많이 해 주시면 잘 배우고 성장하겠습니다.

- 해피마망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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