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가 새우게
지난 5월, 컴퓨터를 배우러 다니던 시절에 알던 식당이 있다.
수업이 끝나면 집에 오는 길에 들러서 점심을 먹고 오던 작은 식당이다.
큰 거리 뒤편에 있는 가게는, 겉으로 보기에 식당이라고 구별할 만한 어떤 안내도 없다.
'여기가 새우게'라는 작은 간판이 위에 붙어 있을 뿐.
아마 그래서 호기심에 들어갔던 것 같다.
테이블 다섯 개의 작은 홀.
한쪽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쓰여 있는 건 딱 세 가지.
청국장찌개. 고추장찌개. 새우찌개.
청국장찌개를 시키고 앉아서 보고 있자니 주인장의 외모가 눈에 띈다.
큰 키와 시원스레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
곱슬한 중단발을 하고 있는데 멋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상을 차리고 손님들을 대하고 설거지를 한다.
좁은 주방과 좁은 홀을 오가며 흥얼거리는 그녀로 인해 왠지 모를 따스한 분위기가 내 마음까지 데우는 듯했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다 나가고 난 후,
"사장님 멋있으세요.
노래하시는 모습도 좋아 보여요."
한마디 했더니 사장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딱 점심 장사만 하신단다.
오후에 직접 장을 보고, 아침에 나와 그날의 반찬을 만들고, 그 반찬이 다 떨어지면
문을 닫는단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쩐지 그녀의 밥상에서는 정갈한 집밥 같은 온기가 느껴졌다.
욕심 안 부리고 이 일을 즐겁게 할 정도로만 하면서 그림도 그리며 재밌게 잘 산다고 했다.
그녀가 설거지를 하며 얘기하는 동안,
또르르 물 흐르는 소리와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낮은 음악처럼 울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내 마음이 푸근했다.
삶의 리듬을 자기 손에 쥐고 살아가는 사람의 자부심이 밥상과 말투에 고스란히
스며 있었기 때문이다.
감당할 만큼의 일을 하며 자기의 삶을 즐기며 풀어내는 그녀에게서 또 하나의 배움을 얻는다.
그래. 내 인생이 먼저야.
일을 하다, 인생이 피곤하고 힘이 든다면 너무 속상하잖아.
욕심이라는 한 가지만 덜어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하루가 되는 거야.
컴퓨터 과정이 끝난 후,
다시 그곳에 갈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가끔은 그녀가 생각나고
그녀의 정갈한 밥상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오늘같이 바람이 차가운 날.
문득 그 식당의 온기가 그립다.
따뜻한 그녀의 청국장찌개가 먹고 싶다.
상큼 발랄 해피마망의 인생철학은
매주 월. 화. 수. 금.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