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몽당연필
몽당연필에 대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학용품들이 꽤 귀했지요.
공책 한 권, 연필 한 자루가 참 소중했어요.
그래서 공책은 표지의 앞뒷면까지 줄을 쳐서 사용하고 몽당연필은 다 쓴 모나미 볼펜의 몸통에 끼워서, 연필심이 다 닳도록 알뜰하게 썼지요.
아마 지금은 그렇게까지 쓰는 사람은 없을 거 같아요.
조금 전에 남편이 제 방에 들어왔어요.
"이것 좀 봐요."
무언가를 등뒤에서 쑥 내미는데 전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어요.
그건 바로 몽당연필이었어요.
몽당연필을 다 쓴 볼펜 몸통에 끼운 것인데 아주 매끈하고 보기 좋더라고요.
옛날의 모나미 153 볼펜이 아니라 좀 더 매끈하고 색상도 검은색인데 아주 몽당연필과 일체감을 이루어 고급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더라고요.
언젠가 남편이 저에게 주문을 한 게 있었어요.
"몽당연필을 끼워 쓰는 도구가 있다는데 그걸 몇 개 좀 사줘요."
그 말을 듣고 저는 거절했어요.
그냥 쓰다가 버리라고요.
무슨 요즘 같은 세상에 몽당연필이냐고.
타박했지요.
그랬더니 이렇게 멋진 연필 한 자루를 만든 거예요.
사실 이거 말고도 몇 자루 더 있어요.
보면 아주 웃음이 나온답니다.
위에서부터 오래된 순이예요.
두 자루를 가운데 부목을 대고 고무줄로 묶었어요. 빨간색, 파란색 색연필이랍니다.
그 밑에는 종이테이프를 둘둘 말아 붙여서 만든 연필.
맨 앞의 것이 오늘, 지금 만든 거예요.
점점 진화했지요?
남편은 자신이 만든 연필을 상당히 사랑해요.
그가 앉은자리에는 늘 그 연필이 함께하고 있답니다.
읽는 책에 줄을 긋고 메모하기를 좋아하는 남편이라서 자기에겐 아주 딱 맞는 맞춤 연필이라네요.
모든 것이 넘쳐나서 상대적으로 모든 것이 쉬어지고 소중함이 덜해지는 요즘 세상에 남편의 자체제작 몽당연필은 참 남 다르더라고요.
어쩐지 우리들의 마음에도 이런 오래된 소중함을 품고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가볍게 버려지는 것에도 남다른 의미를 갖고 소중한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
나만의 시그니처가 되는 애장품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저에게 연필을 보여주고 흥흥흥 콧노래를 부르며 사라지는 남편의 뒷모습에서
오래된 품격이 느껴집니다.
혹시 콩깍지는 아니겠죠?...
상큼 발랄 해피마망의 인생철학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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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