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1 번거로워도

2026. 2. 28.

by 미스 프레드릭

대만차나 중국차 마시는 걸 좋아한다.

재작년 대만을 여행하고 대만 차에 빠져서

우롱차, 철관음, 밀향홍차 등을 즐기게 됐다.

혼자 마시기에는 많은 차들... 친구들과 함께 마시면 좋을 것 같아서

지인들을 소집했다.

내가 팽주(차를 우리는 사람)가 된 것이다.


차를 좋아는 하지만 사실 아는 것도 없고, 차를 잘 우리 지도 못한다.

그래도 일단 해보기로 했다.

그래봐야 다 내 지인들이니 잘 못해도 이해해 주겠지.

라는 마음으로 초대를 했는데 막상 오늘이 다가오자 괜히 한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는 차를 제대로 마시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이 없다.

찻잔과 차 주전자, 숙우(우린 차를 담는 저그) 정도만 있다.

혼자 마실 때는 그걸로 충분했는데 사람들을 불러서 마시기엔 부족한 것 같아서

찻잎 무게를 젤 수 있는 저울과 차판을 구입했다.

어느 정도 모양새는 갖춰졌다.


어제는 동네 디저트 가게에서 스콘과 시나몬 롤을 샀고

오늘 아침에는 지인의 꽃집에 가서 꽃을 사 왔다.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면 어림잡아 왕복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그래도 지인의 꽃집으로 갔다.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이 주시기도 하고, 그 김에 지인의 얼굴도 보려고.


한 번의 찻자리를 위해 나는 많은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쓰고 돈도 썼다.

사실 번거로운 일이다.

사람들을 초대하기 위해 집을 청소하고 꽃을 준비하고 차를 내리고

그에 맞는 디저트를 준비하고, 사람들이 가고 나서 설거지와 청소까지 하는 일련의 과정이...


그래도 즐거웠다.

나만 아는 이 즐거움을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나를 중심으로 만나게 된 서로 모르는 인연들이 한 자리에서 차로 연결되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수도 있는 그 순간을 위해,

그리고 나에게도 뜻깊었던 순간을 위해

나는 그 번거로운 일들을 기꺼이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