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15.
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를 봤다.
영화를 보고는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소리 없는 눈물과 함께...
영화를 보고 엄마가 많이 생각났다.
극 중에서 주인공 델리아가 엄마로 나오기도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침묵하는 게 당연했던 남성 위주의 사회가
마치 엄마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과거 한국사회를 떠올리게 해서다.
주인공 델리아는 남편의 폭력에 노출된 삶을 산다.
델리아는 하루 종일 노동해서 번 돈의 일부를 모아
여자이기 때문에 학교도 못 간 딸 마르첼라에게 주었다.
델리아 조차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딸에게 '이 도느로 하꼬 다녀'(정확하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맞춤법이 다 틀린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 대목에서 나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는데
정말 우리 엄마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1961년 가난한 농촌 가정의 장녀로 태어났다.
밑으로는 남동생이 셋. 엄마는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다.
동생들 뒷바라지하고 가족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엄마는 초등학교 졸업 후
부산으로 와서 미싱 공장에서 시다로 일했다.
일하는 게 싫어 도망치듯 아빠와 결혼했고, 아빠는 손과 입이 거친 사람이었다.
엄마 또한 델리아처럼 항상 폭력에 노출된 삶을 살았다.
그런 엄마의 삶이 답답했고, 나는 엄마처럼 절대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델리아의 딸 마르첼라처럼.
엄마가 쓴 글은 투박했다.
맞춤법도 맞지 않은 엄마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아팠다.
그런 엄마가 50대 후반부터 요양보호사 공부를 했다.
처음에 엄마가 요양보호사 공부를 해볼까?라고 물어볼 때
엄마가 무슨 공부를 하냐고 했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게도
엄마는 요양보호사 시험에 합격해서 몇 년째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에서 델리아는 마르첼라를 위해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 후에도 델리아의 삶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르첼라의 삶을 달라졌을 거다.
내 삶이 엄마의 삶과 달라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