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14.
얼마 전 건강검진 후 경증 우울증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사전 문진표 작성 때 마음 검사 항목이 있었는데 그때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면... 나는 우울증이다.
괜히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남발하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내가 정말 우울증인가... 생각해 본다.
확실히 요 근래 기분이 저하되고 삶의 의욕이 없었던 날들이 지속된 것은 맞으나
그래도 힘겹게 제시간에 일어나 밥 먹고 화장하고 회사에 다니고
운동도 다니고 있으니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엄마도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했었다.
그때 엄마가 했던 말들이 나에게는 우울증의 기준처럼 박혀 있는데
아직 나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다행히 엄마는 잘 맞는 병원을 찾았고, 약도 드시면서 지금은 일상생활을 잘해나가고 있다.
엄마를 통해 우울증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하고,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오늘은 오랜만에 짝꿍과 일상을 같이 보냈다.
아침을 차려먹으면서 야구를 보고(10대 0이라뇨 ㅠㅠ), 겨울 니트티를 빨아 널고,
오후에는 몇 달 전부터 기다리던 영화 호퍼스를 봤다.
이른 저녁으로는 자주 가던 오꼬노미야끼집에 가서 오꼬노미야끼와 타코야끼를 먹고
길거리에서 호두과자와 땅콩과자까지 야무지게 사 먹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요가까지 다녀왔다.
이런 일상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고 행복하다.
오늘 내가 대단하게 한 것은 없고, 대단한 걸 본 것도 아니고
대단한 걸 먹은 것도 아니지만, 짝꿍과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웃을 수 있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쇼팽의 왈츠를 배경음악 삼아 편의점에서 산
G7의 샤도네이를 한잔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충만하다.
이게 내가 원한 행복이었구나...
내가 원한 것은 소소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는 일상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