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 프레드릭 May 31. 2023

오늘 본 영화 3편

사랑하는 당신에게, 토리와 로키타, 말없는 소녀


문화가 있는 수요일을 매번 지나치다가 최근에 좋은 영화들이 많이 개봉해서 큰맘 먹고 휴가를 내고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다행히(?) 영화들이 모두 좋아서 오래간만에 영화에 대한 갈증이 해소된 느낌이 든 하루였어요. 짤막하게 감상을 나눠봅니다.


#사랑하는당신에게 (#lastdance)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럽게 죽고, 아내와 약속한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하는 제르멩.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생전 춰본 적 없던 '춤'이란 걸 추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의 춤은 멋진 몸을 가진 여자 남자가 나와서 추는 춤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고요한 외침을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에 더 가깝다. 남들이 추는 춤을 따라 하며 버벅거리다가 결국 통찰력 있는 안무가에 의해, 제르멩이 공연의 주인공이 된다. 그가 겪은 상실을 그, 그리고 그와 같이 춤을 추는 사람들이 몸으로 표현한다.

마음의 응어리는 몸의 움직임으로 조금씩 해소된다. 공연이 끝나고, 그의 춤이 끝나면, 그는 아내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그의 무대에서 그가 주인공인 춤을 추며 살아가겠지...(한국이나 외국이나 늙은 부모님을 아이처럼 다루는 건 공통적인 것 같다. 요즘같이 험악한 세상에 부모를 끔찍이 걱정하는 자식들이 있다는 건 그래도 축하할 일이겠지.)


#토리와로키타 #toriandlokita



다르덴 형제의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사실 본 게 거의 없다. 자전거 탄 소년은 봤지만...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고. 다른 작품들도 보려고 했다가 끄길 여러 번... 개봉했을 때를 놓치고 나면 집에서 집중해서 볼 엄두가 안 나는 작품들이 많았다.) 토리와 로키타는 친남매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서로를 의지해서 살아간다.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애쓴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하다. 그들의 불행을 살피지 않는다. 둘은 점점 곤경에 처한다. 토리와 로키타가 원하는 것은 그저 둘이 함께 살아가는 것. 서로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공부하고 가사도우미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삶이 누군가에게는 처절하게 원해도 얻을 수 없는 삶이라는 사실에 할 말이 없어진다. 영화의 중반 이후부터는 스릴러 영화 같은 느낌이 든다는 누군가의 리뷰에 격하게 동의한다.


'우리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니깐'이라고 말하는 토리의 말이 계속 귀에 남는다. 어떤 존재는 환영받고 어떤 존재는 환영받지 못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요즘에 월드시사 뉴스에서 각 나라의 각기 다른 형태의 불행한 상황을 보곤 한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은 사람과 산다는 것 자체가 사치인 그들의 삶은 누구에게 따져 물어야 하나. 거장들이 담담하게 툭 던진 질문에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말없는소녀 #thequietgirl


인물, 대화, 자연이 차지하는 비율이 1:1:1인 것 같은 영화, 말 없는 소녀인 코오트처럼 말 없는 영화, 분위기, 자연, 사건을 통해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자칫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약간 졸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좋았다. 자식 많은 가족의 넷째 딸인 코오트의 쓸쓸함이 잘 느껴졌고, 세상과 겉도는 코오트의 모습에서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러다가도 말보다는 침묵에 익숙한 코오트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안에 여전히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코오트의 침묵에 불편함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생물학적 가족과 정서적 가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한 마지막 장면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각자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어 주는 것... 그것이 가족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