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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 프레드릭 Feb 10. 2024

2023년 연말에 본 영화들

어른 김장하, 사랑은 낙엽을 타고, 괴물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2023년 9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약 11주간 저는 업무차 미국에 다녀왔어요. 오랫동안 소망하던 일이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가기 전에도 인터뷰와 테스트 준비를 해야 해서 영화를 보고 글을 올리는 것에도 소홀했어요. 흑.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게 저는 참 힘드네요.


미국에서 영화가 참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오자마자 못 본 영화들을 부지런히 봤어요. 그중 인상 깊었던 작품 3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관람은 모두 저의 참새방앗간 같은 곳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어른김장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을 수 있을까요?


'어른'에 대한 존경의 마음보다는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이 드는 게 더 많았어요. 하지만 김장하라는 존재는 저에게 너무 신선했어요. 김장하 선생님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 나중에는 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자신의 부와 명예보다는 평등한 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부를 기꺼이 사람들과 나누었습니다.


사랑에도 조건과 계약이 난무하는 요즘,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준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선생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마치 컴컴한 어둠 속 작은 등대 하나가 멀리 있는 배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연말이 되면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괜히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이 영화가 길잡이가 되었던 것 같아요.


#사랑은낙엽을타고


겨울이 되면 북유럽 영화가 괜스레 보고 싶습니다. 북유럽 특유의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에요. 적절하게 핀란드 영화가 개봉해서 보러 갔습니다.


영화는 건조하고 단순한 느낌입니다. 주인공들도 별다른 사건 없이 살아가고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어요.


쓸쓸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됐고, 다시 만나고자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그녀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 그런 그를 그리워하면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 모든 게 복잡하고 빠르고, 쉬운 요즘 세상에서 '기다리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세상의 속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영화 속의 속도에 맞춰 오랜만에 숨 가빴던 호흡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괴물


요즘 최고의 화제작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 포스터로, 영화 제목으로, 그리고 영화의 초반으로 어느 정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겠구나라고 예상을 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시선이 전환될 때마다 사건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라고 나누어 놨던 것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결국 누구도 가해자가 아니고 누구도 피해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하나의 면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대요. 결국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런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내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기도 하고요?


두 아이들을 둘러싸고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오해하고 걱정했지만 그들은 함께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람마다 달라서 마음들이 길을 잃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건에 대한 오해와 분노가 사건의 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하나의 사건'이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런 영화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제 인스타 그램에 올린 글을 약간 수정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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