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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 프레드릭 Jan 22. 2023

경계선(Border)

 -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인스타그램(@yellow_mellow_page)과 Notion을 통해 연재 했던 글을 정리해서 브런치에 옮깁니다.


북유럽 영화 1


좋아하는 영화! 하면 순위 상관없이 떠오르는 영화들이 몇 있습니다.

그래도 왜 내가 영화 리뷰를 써보고자 마음먹었는지,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큰 동질감을 느꼈던 작품이 뭐였는지 생각해 보니 '경계선'이더라고요.

저를 가르친 인생의 경험 중 반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책과 영화입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나'임을 인정하게 해 준, 영화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 이 영화는 일부 스포를 포함합니다. 스포가 중요한 반전영화는 아니라 아셔도 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이때까지 총 3번을 봤어요.

볼 때마다 전율이 올 만큼 아름답고 기괴하고 슬픈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란 걸 가지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몇몇 지인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했는데 다들 좋아했어요.

어떤 사람들이었냐면요...


'세상의 기준에서는 조금 벗어나지만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나가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입니다. 과거에도, 지금도요.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바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었거든요.

가끔 '나는 이 세상에 부적합한 사람인가?' '나는 이 세상에 섞일 수 없는 사람은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외딴섬에 홀로 있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그럴 때는 무리 속 '미운오리새끼'를 자처하며 외로움을 삼켰습니다.

'티나' 또한 그런 사람이죠. 다른 사람들과 다른 외모, 특별한 능력 등 영화 속에서는 티나가 왜 사람들과 다른지, 왜 사회와 동화될 수 없는지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사람이 아닌 트롤이기 때문이죠.


사람이 아닌 자신을 사람에게 맞추려고 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고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러던 중에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보레'를 만나게 됩니다.

티나와 보레는 동질감을 느끼며 환희를 느끼지만 이내 '보레'와도 갈등을 겪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온 티나는 인간도 아니지만 완전히 트롤의 마음을 갖지도 않은 '경계'의 상태로 살아가게 됩니다. 차라리 완전히 '트롤'이 돼버리면 인간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좀 편해질 텐데...

저 또한 '보레'들을 만났어요. 

좀 더 자라 넓은 세상으로 나오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나를 이해해 주고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해방감을 느꼈어요.

드디어 내가 찾던 사람들을 만났다며 말이죠.


하지만 티나와 보레가 갈등을 겪듯 저 또한 저의 '보레'들과 갈등을 겼었습니다.

우리들은 너무 닮았지만 너무 다르기도 했죠.

한동안 저는 내 주변의 일반인(?)들에게도 완전히 어울리지 못하고

보레들과도 완전히 어울리지 못하는 상태로 지냈습니다.


지금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티나가 인간과 트롤의 경계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듯이 저 또한 두 집단에 발을 하나씩 담그고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요.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특별하다'라고 생각합니다.(특히 어릴 적)

하지만 자라면서 자신이 특별하지 않고 그냥 보통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이 영화는 그 깨달음에 대한 우리의 서사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특별하다고 믿었지만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 하지만 그럼으로써 정말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건 당신이 더 뛰어나서예요"라고 보레는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내가 더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작은 위로라도 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잘못된'것이 아니라고 해주는 위로와 같은 영화였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날... 세상에서 홀로 된 것 같은 날... 이 영화가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 영화는 원작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렛미 인’이라고 하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진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란 작가의 ‘경계선’ 이란 책인데요. 경계선이라고 하는 단편집 중에 '경계선'이라는 제목으로 실려있습니다. 영화가 책 보다 훨씬 좋았어요. 책은 조금 더 건조한 느낌이었는데 영화는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져 훨씬 감정적으로 풍부한 느낌이었습니다.


� 여러분이 생각하는 명장면은 무엇인가요? 저는 티나와 보레가 관계를 가진 후 환희에 차서 비 오는 숲을 발가벗고 뛰어다니는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요.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 티나는 얼마나 기뻤을까요. 마치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뛰어놀았다면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 이 영화의 OST를 찾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꼽은 명장면에 이 음악이 함께 나와도 참 황홀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Op.30 [https://youtu.be/Vwb2aJxCVxA] 3악장 13:10경 나오는 환상적이고 황홀한 피아노 소리가 마치 티나의 환희를 표현해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교향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아름답고 극적인 느낌이 있으니 꼭 한번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저도 클알못이지만 이 교향곡은 참 좋더라고요.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라피협3번에 또 빠져서 한동안 연주자 별로 무한반복 하며 듣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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