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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 프레드릭 Jan 22. 2023

더 헌트(The Hunt)

인간이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스타그램(@yellow_mellow_page)과 Notion을 통해 연재 했던 글을 정리해서 브런치에 옮깁니다.


북유럽 영화 2


2013년에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 앉은자리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근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보니 그때보단 좀 덜하네요. (세월 참...) 

그래도 여전히 가슴이 섬뜩하면서도 가슴이 저린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루카스 주변 사람들이 미우면서도, 저조차도 뜨끔해요. 내가 테오라면 루카스를 어떻게 대했을까?


영화의 배경은 덴마크의 작은 마을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에요. 

마을 주민도 얼마 없어서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서로 친구고, 그래서 친구지만 가족과 같은 존재들이죠. 그중에서도 테오는 루카스의 절친이죠. 

(저는 저런 곳에서 살 자신은 없어요. 대중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파묻히는 게 아직은 좋거든요)


어느 날, 호기심 많고 상상력 풍부한 테오의 딸 '클라라'는 자신은 미처 생각 못했겠지만 루카스의 삶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하게 됩니다. 

거짓말. 

그로 인해 루카스의 인생은 산산조각 나게 되죠.


2013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클라라가 미웠고, 테오도 미웠습니다. 

그냥 '인간'이 미웠습니다. 그때 흘렸던 눈물은 '분노'의 눈물이었어요. 

지금 이 영화를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어느 누구 하나가 특정하게 슬픈 것도 아니고 불쌍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이 상황자체가 '가슴이 아픕'니다. 

각자의 입장이 다 어느 정도 이해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클라라도 이해가 돼요. 

어렸을 적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사랑받기 위해 거짓말도 하고 내가 준 애정이 거부당했을 때 심술을 부리기도 해요.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순수하지만 또한 영악하죠. 

그게 나쁘다 옳다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아직은 '본능'에 더 충실한 때니깐요. 

클라라 또한 자기가 한 말이 그 정도로 '루카스 아저씨'의 인생을 흔들어 놓을지 몰랐을 거예요.


클라라의 부모인 테오와 아우네스도 이해는 갑니다. 

누구보다 중요한 게 자식인데, 자식 말을 먼저 듣고 그걸 믿을 수밖에 없겠죠. 

그 후에 진실은 어찌 됐든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식의 말이 곧 부모에게는 진실이죠.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게 있습니다. 

테오라면 루카스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가장 친한 친구라면서... 진실이 어쨌든 그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줘야 하는 게 우선 아닌가 싶었어요. 

아직 자식을 낳아 키워보지 않아서 '부모의 마음'이란 게 정확히 어떤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부터는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또한 30분만 보셔도 루카스가 어떤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스포'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동 성착취'에 관한 것이어서 더 그랬을까요? 

내 자식이 단순히 어디 가서 한 대 맞았다면 이성의 끈을 잡고 있을 수 있을 텐데, 그게 '성'에 관한 것이어서 더 사람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인 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성'에 관련된 문제라면 어떤 것이든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우선 '피해를 당한 쪽'의 말이 주목받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피해를 입힌 쪽과 피해를 당한 쪽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중에게 공개가 되고, 피해를 입힌 쪽은 상당한 비난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밝혀보면 아닌 경우도 많아요. 

'거짓말을 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 예를 들어 아이, 성범죄에서의 피해자 여성/남성 또한 드물게 거짓말을 합니다. 

그들은 연령, 성별을 떠나 우선 '인간'이기 때문이죠. 

언젠가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차마 줄글로 읽을 자신이 없어 만화책으로 읽었습니다.)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현재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알지 못하는 것을 상상하고 믿는 능력'이라고 하더군요. 

인간이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것이 이렇게 누군가를 파멸하는데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습니다. 


 어떤 것이든 내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 어느 한쪽의 말만 듣고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못에 대한 벌은 철저히 받게 하되, 잘못이 완전히 밝혀지기 전에는 한 사람을 생매장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젠가 그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영화에서는 루카스에게 일어난 일이지만 단지 루카스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90퍼센트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10%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다른 분들의 생각 또한 궁금합니다. 


'믿음'이란 것도 결국은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우리가 믿듯이... 어떤 것이든 결국 그 본질은 끝끝내 알기 어렵기에, 부족하지만 우리의 경험, 우리의 느낌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크리스마스이브날 교회에서 루카스의 눈빛을 읽은 테오가 무언가를 깨닫듯이..


1년 후 루카스는 겨우 누명을 벗은 듯 다시 마을에서 친구들과, 가족들과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예요. 

한 때는 그렇게도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본 루카스는 그들을 이전과 같이 바라볼 수 있을까요? 

친구들 또한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루카스를 이전과 같이 대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는 것들도 결국 거짓일 수 있다고 영화는 조용하면서도 잔인하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더 헌트를 너무 감명 깊게 본 나머지 메즈미켈슨 Mads Mikkelsen의 팬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최근에 나온 '어나더 라운드'도 호평을 받았지만 '더 헌트'를 넘어설 수는 없었어요. (저에게는...) 토마스 감독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작품을 넘어설 수 있는 그의 작품은 쉽게 나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영화 또한 하나의 ‘그릇된 믿음’이 한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보여주는 점에서 ‘마녀사냥’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마녀사냥을 다룬 영화 중에서도 꽤나 인상 깊게 본 영화는 크루서블(The Crucible, 1996)입니다. 이 영화는 종교가 어떻게 사람들을 마녀사냥해왔는가를 보여줍니다. 과거 종교는 법이었죠. 명배우 데니엘 데이 루이스 Daniel Day-Lewis (팬텀스레드, 데어윌비 블러드 등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습니다ㅠ)와 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가 출연합니다. 두 사람은 묘하게 영화에서 애정관계(?)로 만난 경우가 몇 번 있더라고요. (아는 건 하나, 순수의 시대) 이 영화도 언젠가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올려볼게요.


이 영화에서 명장면은 아마 대부분이 동의하실 것 같아요. 성당에서의 루카스... 테오를 쳐다보던 루카스의 말 없는 외침. 그 모습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영화 제작노트에서 본 건데 그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8시간 동안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들였다니. 놀라워요. - 딴 얘기지만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두 주인공이 횡단보도를 건너며 마주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10시간이 걸렸다고 해요...;;)


영화와 관련된 음악이 몇 개 올라와 있어서 소개해봐요. 음악만 들어도 춥고 스산한 분위기, 루카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https://youtu.be/LeUWNlLtE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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