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 5.
짝꿍의 몸이 좋지 않다.
짝꿍은 작년 이직 후부터 평일 근무와 토요일, 일요일 야간 근무를 같이 해오고 있다.
몇 달 세 살이 점점 찌고, 항상 피곤해했다.
자다가도 계속 깬다고 했다.
특단의 조치로 얼마 전부터 마운자로도 처방받았다.
처방과 함께 피검사도 했는데 부신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혈당, 콜레스테롤 모두 위험 경계에 있다고 했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는 짝꿍이 야간근무를 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짝꿍도 선택권이 없었다. 회사 인력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한 참 짝꿍이 업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할 때, 침대에 누워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여전히 가슴에 박혀있다.
짝꿍과 내가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는 그 사람과 나를 잘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힘들면 나도 힘들다.
결혼 전, 짝꿍이 고민을 얘기하면 어쭙잖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고,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질책도 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나의 조언이나 명확한 해결방법이 아니라, 함께 고민해 주는 것. 그냥 들어주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는 걸 그와 함께하며 나는 알게 됐다.
'큰 토끼 작은 토끼'(이올림 지음)라는 그림책을 어느 카페에서 봤다.
덩치는 크지만 섬세하고 용기가 부족한 큰 토끼, 작지만 호기심과 모험심이 가득한 작은 토끼.
작은 토끼는 어느 날 새로 문을 연 당근가게에 가고 싶다고 하고, 큰 토끼는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작은 토끼는 결국 혼자서 당근 가게를 찾아 나서고, 작은 토끼가 걱정된 큰 토끼는 용기를 내서 작은 토끼를 찾아 나선다. 둘은 결국 만나서 당근 가게를 같이 찾는다.
우리 둘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는 듯해서, 그림책을 사서 짝꿍에게 선물도 했다.
결혼하기 전 나는 두려웠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타인으로 인해 내가 예측할 수 없는 힘든 일이 나에게 생긴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버겁다.
그래서 결혼도 어느 순간 포기했고, 그냥 내 몸 하나 잘 건사하고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짝꿍을 만났고, 결혼도 하게 됐다.
웅크리며 조심조심 살아온 나에게 짝꿍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줬다.
스스로 작은 토끼라고 여기면서 살아왔는데, 나도 결국 큰 토끼였다.
짝꿍에게 지금 업무가 계속된다면,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짝꿍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에게는 짝꿍의 존재가 더 소중하다.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된다.
앞으로 내가 이 집의 가장이 되는 건가? 내가 혼자 벌어서 우리 둘이 먹고살 수 있나?
내야 할 많은 공과금과 대출이자는 어떻게 하지?
짝꿍은 나를 굶기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여전히 나는 걱정이 됐다.
짝꿍과 나는 다시 한번 '큰 토끼 작은 토끼'를 꺼내어 읽었다.
내가 가려는 길이 무섭고 위험해 보여도, 실상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고, 나는 작은 토끼를 위해 큰 토끼가 그랬던 것처럼 용기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