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4.
이번 주말에는 새로 개봉한 영화를 몰아볼 생각이었다.
이름도 '영화 주간'으로 정하고 짝꿍에게도 선포한 뒤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근데 정작 영화는 몇 편 보지 못했다.
우선, 토요일에 '해피 슈퍼 포에버'를 조조영화로 보고 이어서 '하나 그리고 둘'을 보려고 했다.
'해피 슈퍼 포에버'를 발권하는 시점에 이미 '하나 그리고 둘'은 매진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해피 슈퍼 포에버만 보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낮잠 자고 책 읽고, 차 마시고, 밥 먹고, 산책하고, 요가 수업을 들었다.
그래 주말 하루는 차분하게 보내자. 일요일은 좀 더 활동적으로 보내야지.
주중이든 주말이든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직장인이 된 후부터 나의 삶은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내 존재가 인정받는 것 같았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 같고,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다는 마음이 항상 들었다.
그런 마음가짐은 내 개인적 생활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세상 느긋한 짝꿍을 만나 같이 살기 전의 나는, 항상 밖으로 돌았다.
내향형이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 내향형이 아니라 항상 어딘가에 가 있는 내향형이었다.
인스타를 뒤지며 뭐 재밌는 게 없는지 찾아다녔다.
그래서 각종 모임과 클래스에 많이 참여하게 된 거다. 그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즐거웠지만 이제는 관심이 많이 줄었다.
아예 인스타를 안 들어가게 됐다. 정보에 뒤쳐지는 게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지금은 세상 편하다.
이벤트나 모임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도, 영화를 보든 카페를 가든 도서관을 가든 항상 어디를 갔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괜히 불안했다.
시간이란 건 너무 소중한 거라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가슴 깊이 깔려 있었다.
언젠가 짝꿍에게 '이렇게 별일 없이 있어도 괜찮을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짝꿍은 '그런 때도 있어야지.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지만)라고 했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불안이 많다.
불안은 내 삶의 밑바닥에 조용히 깔려 있다.
잠잠하게 나를 툭툭 치다가 내 마음이 힘들 때는 강하게 훅 치고 올라온다.
불안이 나를 지금의 자리에 까지 오게 했지만, 어느 날은 나를 땅끝까지 끌어내리기도 한다.
지금은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내도 죄책감은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날들도 소중히 여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다이내믹한 자극은 없었지만, 소소하게 집안 청소도 하고, 요리도 하고, 마트도 가고, 카페도 갔다.
과거 나의 활동 반경이 평균 20km 정도 됐다면, 요즘은 5km 내에서 웬만한 것들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좀 심심한 하루였어도, 남들이 우와~ 할 만한 일은 없어도, 사랑하는 짝꿍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