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 좋아하는 일(3)

2026. 1. 15.

by 미스 프레드릭

어제에 이어 내가 좋아한 일,

취미로 시작했다가 진지하게 직업으로까지 생각해 본 일을 적어보려고 한다.


4. 요가 & 명상

요가와 나의 인연에 대해서는 저번 글에도 한 번 썼었다.

요가를 접한 건 약 20년 전, 재활 치료를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2017년 경, 큰 실연을 겪은 후 나는 몸을 쓰고 마음을 돌보는데 집중했다.

요가가 그때 힘이 많이 됐다.


요가 페스티벌, 요가의 날 행사, 요가 트립 등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 것 같다.

2018~2019년 무렵부터 '리트릿'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요가 & 명상 프로그램이 생겨나던 참이었다.

잘하지는 못해도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내 몸의 감각을 하나하나 깨우는 게 좋았다.

그리고 요가와 함께하는 명상, 명상 때 듣는 싱잉볼 소리에 나는 우주를 헤엄쳐 다니는 기분을 종종 느끼곤 했다.

(얼마 후 잠들곤 했지만...)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많은 리트릿 트립들이 열리지 못했다.

그러자 아예 내가 크리스털 싱잉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간 크게 백만 원도 넘는 크리스털 싱잉볼 세트를 덜컥 샀다.


하지만 내 열정이 부족해서였을까...

나는 집이 좁다는 이유로 그리고 꺼내고 넣기 힘들다는 이유로

싱잉볼을 몇 번 꺼내보지도 못하고 당근으로 처분하고 말았다.

이제야 싱잉볼을 꺼내놓고 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는데... 괜히 아쉽다.

그때는 계속 원룸을 전전하던 처지여서 싱잉볼을 꺼내둘 공간조차 마땅치 않았다.

뭐 핑계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명상에 대해서도 꽤 진지하게 접근했다.

다양한 명상(특히 '마음 챙김 명상')을 접했고 다양하게 시도해 봤다.

하지만 명상은 너무 어려웠다.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야 하는지... 아무 생각 없도록 그냥 숨에만 집중해야 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는 게 명상이라면 나에게는 오히려 자전거를 타는 게 더 명상에 가깝다.

한참 자전거 타기에 재미를 붙일 때는 자전거를 타는 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으니깐...

그리고 명상을 시작하면 이내 잠에 빠져들어 버리는 것도 문제였다.


지금은 그냥 '요가'만 한다. 너무 진지하게 하지 않고 '가볍게'한다.

명상은 일부러 시간 내서 하지 않고, 싱잉볼은 기회가 있으면 들으러 가지만 열정적으로 찾지는 않는다.

참 금방도 끓어올랐다가 식는다.


5. 커피와 차

나는 커피도 좋아하고 차도 좋아한다.

커피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다.

그리고 원데이 클래스도 종종 듣곤 했다.

지금도 아침마다 드립백을 내려마시는 게 나의 소소한 낙이다.


카페를 하는 지인에게 졸라서 커피 내리고 우유 스팀 만드는 걸 4주 동안 배운 적이 있다.

어설프긴 했지만 제법 잘 해냈다. 우유 스팀도 나쁘지 않았다(아직 라테 아트는 안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항상 동경한다.

신규 개업하는 카페의 80%가 망한다며 어디서든 뜯어말리는 게 카페 창업이지만

여전히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게 커피를 만드는 일이라니...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리는 삶을 흠모한다.

하지만 커피로 돈을 벌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먹고살기 위해 카페를 하는 건, 내 삶을 팍팍하게 만들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든다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중국차, 대만차 계열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 '홍차왕자'라고 하는 만화책을 보고 무작정 '홍차'를 동경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마셔본 홍차 맛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그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맛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달다. 쓰다. 정도의 맛 평가지 않았을까) 그 후로 차는 잘 찾지 않았다.

하지만 요가원에서 주는 차에, 대만 여행 가서 마신 차에, 우연히 다회에 나가서 마시게 된 차에,

문화센터에서 약 2달간 배운 차에 스며들었다.

다구를 사고, 친구와 둘이서 오붓하게 다회를 하고 혼자서도 종종 차를 내려마시는 것이 꽤 좋다.

차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차는 누군가에게는 '부의 상징'이고, 누군가에게는 '생활'이고,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약'이다.

인류의 역사 중 일부는 차 때문에 싸우고, 빼앗고, 번성하고, 또한 풍요로워졌다.


커피와 차는 너무 방대하다. 그 세계가 너무도 크고 넓어서 깊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며,

마셔보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마나 마셔봐야 하며,

차와 커피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한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나 보다.

커피와 차의 대가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지금부터 한 들 그 사람들의 발치만큼이나 가겠나... 하는 생각에 지레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대가들에게도 첫걸음이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취미만 무성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한 건 없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한 나의 취미 기록이다.

그래도 이런 시도들이 내 삶을 조금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 건, 그것들로 인해 행복할 일도 많다는 것.

내가 힘들고 도망가고 싶을 때 내가 갈 곳이 여러 곳 있다는 것.

그렇게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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