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4.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는 나의 최대 화두다.
직장시절 초창기에는 이런 의문조차 없었다.
그때는 모든 게 마냥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직장인으로서의 삶에 의문을 가지진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사가 내 숨통을 조여왔고,
'일'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은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가?
안 그래도 작은 나라에 인구도 많은데 똑같은 시간에 출퇴근하면서 에너지를 쭉쭉 빨리고 있나?
사람마다 다른 성향, 식성, 생체 리듬이 있을 텐데 왜 우리는 이다지도 획일적인가?
'나는 정녕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 '다른 일을 하면 안 되는가?'
까지 생각이 발전했다.
거의 직장 생활 내내 그리고 지금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알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1. 영화
독립영화는 원래 좋아했다.
뭔가 모나고 모자라고 우스꽝스러운 주인공들의 대단하지 않은 삶을 그리는 독립영화들에 매료됐다.
독립영화극장 관객큐레이터에 지원해서 활동했고, 정말 재밌고 활동하는 동안 행복했지만
이걸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어떻게 내가...'란 답변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영화를 직업으로 삼기에는 그저 영화를 '소비'하는 쪽에 가까웠고,
영화를 위해 '봉사'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걸로 '생계'를 꾸리는 일에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
2. 목공
2020년 여름, 외딴곳으로 근무지 발령을 받고 나는 심심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퇴근 후 텅 빈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 마음이 휑했다.
다행히 집 바로 근처에 목공방이 있었다.
거금 50만 원을 내고 평생회원으로 등록하고 유쾌하신 선생님과 이것저것 뚝딱뚝딱 만들었다.
선생님은 건축과를 나와서 건축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너무 안 맞아서 고민하던 차에
문화센터에서 하는 목공수업을 듣고 바로 '이거다!'라고 진로 변경을 하셨다고 했다.
내가 너무도 바라던 스토리였다.
나에게도 '이거다!'싶은 것이 필요했다.
내 진로를 확 틀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한방...
나도 목공을 계속 배워서 방과 후 수업 강사가 되거나, 목공방을 열면 어떨까?라고 꽤 진지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었고, 가구를 100개? 1000개? 정도는 만들어야 팔 수 있는 정도가 된다고 했는데... 그 정도 만들 시간은 없었다.
그러다가 근무지가 또 변경됐고 그 후로 목공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가구들은 아직도 잘 쓰고 있다.
3. 빵
빵 만드는 걸 좋아했다. 대학생 때 구움 과자류 등을 만드는 게 취미였다.
하지만 제과제빵이라는 게 돈 내고 살을 사는 취미다 보니
한 동안 멀리했다.
한 참 후 오스트리아에 여행을 가고, 나는 거기서 운명적으로 '카이저젬멜'이란 빵과 만나게 된다.
카이저 젬멜 자체도 너무너무 맛있는데, 더 인상 적였던 건 사람들이 동네 베이커리에 '빵을 사러 가는 행위'였다.
* 카이저 젬멜은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다. 제일 유명하고 현지 맛과 비슷한 곳은 용산의 싸일러 베이커리*
아침 일찍(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빵집은 보통 7시 정도면 문을 열고, 제빵사들은 새벽 2~3시부터 빵을 굽기 시작한다.) 주민들은 동네 빵집으로 간다. (아마 대도시의 경우는 조금 다를 것 같다)
각종 젬멜과 식사빵들이 먹음직스럽게 나와있고 사람들은 혼자 또는 누군가와 함께할 아침을 생각하며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이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됐다.
제삼자의 입장으로 봐서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고,
나도 이 행복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독일로 빵유학을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근데 언제?
나는 아직 회사원이고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로 당장 날아가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독일어도 못하는데? 빵 만드는 게 힘들어서 현지인들조차도 잘 안 하려고 하고
대형 빵공장들이 점차 작은 베이커리들을 대체한다는데?
좋아하지만 선뜻 다가설 용기는 없어 서성이고 있던 차에
유명 베이커리 '오월의 종' 베이커 정웅 님의 '매일의 빵'을 읽었다.
베이커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정웅 베이커는 묻는다.
당신은 빵 만드는 걸 좋아하는가?
빵 먹는 걸 좋아하는가? 빵 냄새를 좋아하는가?
빵이 있는 장소에 있는 걸 좋아하는가?
나는 선뜻 답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더 있으니 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