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5 보이지 않는 부분

2026. 1. 13.

by 미스 프레드릭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앞/뒤/옆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앞과 옆만 보는 것 같다.

그게 많이 아쉽다.

뒤에는 어떤 풍경이 있을지 궁금하다.

특히 사람에 있어서, 저 사람의 뒷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박상영 작가(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유명하신)의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에서,

작가는 마감 전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두 시간 정도 카페에서 글을 쓰고 출근한다고 했다.

사무실 사람들은 작가가 등단한 작가인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 사람들에게 작가는 '국문과 대학원을 나온 살찐 박대리'일 뿐이다.

회사 사람들은 '박상영'이라는 사람을 작은 명함처럼 납작하게 보겠지.


우리 회사 사람들에게 나는 '말 없고 사회성 떨어지는 선배/후배/동료'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독립영화를 좋아한다는 것,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것,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회사에 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

과거 탱고를 추러 다녔고, 오지 여행을 많이 했다는 것은 모르겠지.

그리고 알고 보면 내가 아주 재밌는 사람이라는 것도.(정말?)


나 역시 회사 사람들에게 굳이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가끔 나의 뒷모습은 모두 삭제된 채로 앞모습만 납작하게 보이는 게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단순히 '쟤는 사회성이 떨어져'보다 '쟤는 좀 특이해.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두자'로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있나 보다.

나도 '기어이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하지만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그래서 작가처럼 '눈치는 눈치대로 보고 기어이 하고 싶은 건 한다.'

그러니 삶이 피곤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얼마 전 본 '하나 그리고 둘' 영화에서 주인공 급인 NJ의 아들 양양은 카메라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다.

'남이 모르는 일을 알려주고 못 보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라고 하며...

내가 보지 못하는 타인의 삶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


문유석 작가는 '사람마다 고통의 총량은 비슷하다'라고 했다.

마냥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저 사람에게는 어떤 고통이 있을까.

어떤 어두움을 마음속에 지니고 살아갈까.(아님 말고...)

라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조금의 연민을 가져보려고 한다.

때로는 인간들이 너무 사무치게 밉다.

그래도 사람들이 조금씩의 연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가능하다면

그 편이 더 낫다고 생각은 한다.


다른 사람은 내가 어떻게 못하니깐 나라도 좀 그래보고 싶다.

앞모습은 충분히 봤으니 이제 뒷모습을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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