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7 음악에 대하여

2026. 1. 25.

by 미스 프레드릭

나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

클래식을 잘 몰랐지만 KBS Classic FM을 꾸준히 듣다 보니 취향이란 게 생겼다.

하지만 '클래식' 소리만 나오면 도망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에도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온 클래식 음악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클래식은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다.

음악을 카세트 테이프로 듣던 시절, 짧은 피아노 소품곡들이 담겨있는 테이프가 집에 있었다.

초등학생 저학년이던 언니와 나는 자기 전 이 테이프를 종종 듣곤 했는데

많은 음악 중에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를 특히나 좋아했다.

뭔가 사연 있는 구슬픈 느낌이 내 취향이란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내 기억의 또 다른 클래식은 비탈리의 '샤콘느'다.

지금은 클래식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어렸을 적 음악시간은 왜 그렇게 싫었던지...

하지만 음악 선생님이 사라장이 연주하는 '샤콘느'를 들려주셨을 때는 생생히 기억난다.

역시 내 취향은 구슬프고 우울한 음악이었다.

슬픔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그것도 아름다운 슬픔으로 표현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2013년, 미국 뉴욕에 약 6개월 동안 체류한 적이 있다.

이 생활이 또 만만치 않았는데 이건 기회가 있다면 언젠가 하기로...

당시 집문제가 꼬여서 현지에서 사귄 친구의 집에서 약 열흘동안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내 뉴욕생활을 통틀어 가장 고마운 사람 중의 한 명이었던 내 친구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고, 커피와 와인을 좋아했다.


친구는 밤이 되면 와인을 마시며 오디오 앞에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3번 2악장이 수록된 CD를 듣곤 했다.

모차르트가 이렇게 서글프고 우수에 찬 음악도 만들었다니... 역시 그는 천재가 맞다.

친구는 시력을 천천히 잃어가는 중이었다.

눈은 허공을 보는 체 음악에 열중하고 있는 친구의 얼굴이 이 음악을 들으면 떠오른다.


나중에 러브 오브 시베리아라는 영화를 보는데 이 음악이 나왔다.

반가우면서도 뭉클했다.

음악은 내가 그 음악을 들었을 당시의 나를 소환한다.

이 음악을 들으면 나는 2013년으로 돌아간다.

친구의 뉴욕 아파트에서 오디오 앞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음악을 듣는 그때의 나로...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 많다.

클래식 방송을 듣다가 좋은 음악을 발견하면 잊어버릴까 봐 선곡표를 찾아 캡처해 놓고

틈날 때마다 내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놓는다.

종종 클래식 연주 공연에 가보기도 하는데

내 경우에는 직접 가서 듣는 감동보다

시기적절할 때 불현듯 듣게 되는 클래식이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2023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들었던 피아니스트 데죄 랑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을 제외하고)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유모레스크, 샤콘느,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찾아 듣다 보니

혼자 조용히 글을 쓰고 있는 거실이 음악으로 가득 찬다.

역시 음악은 아름답고 위대하다.


--


Dvořák: Humoresque, Op. 101, No. 7 - Yo-Yo Ma, Itzhak Perlman, Seiji Ozawa, BSO

(이 조합 실화냐???)

https://youtu.be/bRtNpTW9uFg?si=P3QdZ2QbArXcUnlj



Sarah Jang Vitali Chaconne in G Minor

https://youtu.be/Qh3fi66_fHo?si=8-0_BUk7rAEQ4yOw


Mozart - Piano Concerto No 23 A major K 488 - II Movement

https://youtu.be/mDRAuGsVD8I?si=nUi5YVq7hgtbmn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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