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둘째 아이 덕분에 참 많이 웃었다. 꼭 기억해 놓고 싶다. 엄마를 들었다 놨다하는 에피소드 들어보시라!
#episode1
어제 아침, 등교가 늦은 초등학생 둘째와 식탁에 마주 앉았다.
"엄마, 엄마는 아빠랑 혹시나 이혼하면 누나랑 나 중 누굴 데리고 갈 거야?"
부모님의 이혼은 요즘 신문기사나 드라마, 초등학생용 도서 속에서도 흔히 나오는 배경의 하나다 보니 아이도 큰 의미를 가지고 물어본 것은 아닌 것 같아 나도 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당연히 누나지. 너 엄마 잔소리 싫어하잖아. 아빠랑 살면 엄마 잔소리도 안 듣고 얼마나 좋아?"
아이는 엄마의 발 빠른 대답을 듣고 서운한 내색 없이 남은 식사를 마치고 등교를 했다. 내심, 여유분의 용돈 같은 아빠가 있으니 크게 실망은 하진 않은 듯했다.
퇴근한 아빠와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번엔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나랑 이혼하면 애들 둘 중 누구 데리고 살 거야? 둘째가 물어보네."
남편은 장난기가 발동 쳐 "난 아무도 데려가지 않고, 내 인생 즐기며 혼자 살 거야."
아이는 아빠의 반응에 '어, 이게 아니잖아. 그럼 나는?' 하는 표정이었다.
"어쩌지? 우리 아들 아무도 안 데려가겠다 하니 할머니한테나 큰아빠한테 가면 좋겠다."하고 나는 한술 더 떴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하다고, 너 좋아하는 야구 실컷 볼 수 있다고 부추기면서.
아이는 야구는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좋다고, 그리고 아빠는 맨날 인생 운운한다고 인생 얘기 그만 좀 하자고.
영 내키지 않았나 보다. 얼굴색이 그새 어두워졌다. 더했다간 웬만해선 울지 않으려 애쓰는 아이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판이다. 그래, 여기까지.
"엄마, 아빠 이혼 안 할 거야. 걱정하지 마."
그제야 큰소리로 대답하고 우걱우걱 밥알을 씹어먹는다. "나도 알아!"
하룻밤이 지나 오늘 아침 둘만의 식사 자리에서 아이가 얘기를 건넨다.
"엄마가 나 사랑해서 어젯밤에 잘 때 안아줬잖아. 다 알아."
어찌나 웃기는지, 또 장난을 치고 싶었지만 지금 아이는 포용력 있고 인자한 모드의 엄마 버튼을 눌렀기에
"아빠랑 혹시나 이혼하면 엄마는 너도 무조건 데려갈 거야. 엄마가 너 없이 어떻게 살겠어. 말이 돼? 엄마랑 같이 살 거지?"
아이는 당연하단다. 그러면서 나를 옆에 앉히곤 꼭 안는다.
초등학교 5학년, 아직도 애기같다. 곧 사춘기가 올지도 모르는데 오기 전에 실컷 즐기자.
나 닮아 무뚝뚝할 거라 생각했지만 아빠보다 센스는 한 수 위, 눈치도 백 단이라고 자부하는 아들로 인해 오늘 하루도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episode2
나도 18년 전에는 5월의 신부였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결혼기념일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조그만 케이크를 놓고 아이들 앞에서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고생했다 격려하고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 다짐했다. 남편은 준비한 게 있다며 두둑한 봉투를 내민다. 힘들게 일하고 벌어 온 돈임을 알기에 멋쩍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받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이 어이없다며 한마디 했다.
"아빠, 봉투는 무슨 봉투야. 그냥 샤넬 가방 하나 사 오면 되잖아."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빵 터졌다.
아빠는 아이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네가 몰라서 그래. 엄마 취향을 아빠는 잘 모르겠어. 직접 사는 걸 엄마는 더 좋아해."
이에 질세라 아들은 답답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빠, 유튜브 검색하면 되잖아!!!"
졌다. 아빠가 ^^;
샤넬백 수백 개를 가져다줘도 아들의 센스만점 멘트만큼 나를 기쁘게 하지는 못한 결기였다.